‘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0일 초록뱀미디어와 관련해 ‘기타 시장안내’를 공시했습니다. / 초록뱀미디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방송 콘텐츠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인 코스닥 상장사 초록뱀미디어와 관련해 ‘기타 시장안내’를 공시했습니다. 앞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초록뱀미디어에 대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심의를 진행한 결과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입니다.

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 위기를 마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록뱀미디어는 드라마 ‘올인’, ‘주몽’, ‘추노’, ‘펜트하우스 시리즈’, ‘나의 아저씨’, ‘나의해방일지’ 등의 성공작을 남기며 오랜 세월 입지를 다져온 달려온 콘텐츠 제작사이자 방송채널, 매니지먼트, 외식, 화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온 곳입니다. 

이 같은 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 위기에 휩싸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인데요. 발단이 된 것은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입니다. 그는 ‘빗썸 실소유주’ 논란을 일으켰던 강종현 씨와 얽혀 주가조작 등 여러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초록뱀미디어에서의 배임 혐의도 드러났고, 그렇게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됐죠.

초록뱀미디어는 이후 어떤 절차를 밟아왔을까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뒤 초록뱀미디어는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우선 코스닥시장본부가 정해진 기한 내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가 다시 일정 기한 내에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여기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마지막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결정 및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게 되죠. 이때 코스닥시장위원회까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고 이의제기가 없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게 됩니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 8월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고,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같은 해 10월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폐지를 심의했습니다. 이어 11월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죠. 이의제기를 하지 않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겁니다.

그러자 초록뱀미디어를 두고 특단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바로 매각 추진이죠.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씨티프라퍼티(옛 초록뱀컴퍼니)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보유 중인 지분 39.33%를 전량 1년 이내에 매각하겠다고 지난해 12월초 발표했습니다. 

초록뱀그룹은 원영식 전 회장이 파문에 휩싸인 지난해 7월 “최대주주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하며 그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계속되고 상장폐지 결정도 잇따르자 매각이란 ‘초강수’를 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표 이후 초록뱀미디어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상장폐지를 향한 마지막 기로에 섰죠.

결과적으로 매각이란 초강수가 효과를 발휘한 듯합니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초록뱀미디어에 대한 마지막 심의를 진행해 12개월의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초록뱀미디어는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요?

당장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지만, 상장폐지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초록뱀미디어에게 부여된 개선기간은 내년 1월 10일까지인데요. 개선기간이 종료되면 15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계획서와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면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 여부 등을 다시 결정하게 됩니다. 이때 재차 상장 폐지 또는 유지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고, 추가적인 개선기간 부여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역시 초록뱀미디어 매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M&A라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은 사안인데다, 반드시 매각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인 만큼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코스닥시장본부, 초록뱀미디어 관련 ‘기타 시장안내’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110900761
2023. 01.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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