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차지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오른쪽)이 과거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
포스코그룹의 차지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오른쪽)이 과거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재계 5위이자 국내 산업의 근간 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후보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최종 낙점됐다. 차기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잡음이 이어진 가운데 최종 선임 절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산적한 현안을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덕장’ 철강 전문가 평가… 반대 여론은 숙제

차기 그룹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온 포스코홀딩스는 설 명전 직전인 지난 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앞서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마지막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한 뒤 지난 7~8일 이틀에 걸쳐 심층 면접을 실시한 바 있다.

포스코 출신 및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쟁쟁한 ‘파이널 리스트’에서 최종 후보로 선택된 장인화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 및 석사를 거쳐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했다. 이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 요직을 거치며 철강 및 신사업분야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18년엔 당시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2021년  3월 이후엔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해왔다.

장인화 전 사장은 앞서도 포스코그룹을 이끌 유력 후보로 꼽힌 바 있다. 2018년 권오준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따른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정우 회장과 함께 ‘최후의 2인’까지 올랐던 것이다.

포스코그룹 측은 장인화 전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가장 큰 요인으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꼽았다. 포스코그룹의 본업인 철강부문의 최고 전문가일 뿐 아니라 신사업부문에서도 그룹 전반의 기반 마련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또한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중심의 행보로 ‘덕장형’ 리더십을 선보이며 화합을 이끌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까지 자문역으로 활동하며 경영감각을 유지해온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포항지역 시민단체이자 앞서 포스코 ‘호화 이사회’ 논란과 관련해 고발에 나선 바 있는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12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장인화 전 사장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앞서도 후추위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범대위는 후추위가 공정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피의자 신분인 만큼 애초에 이 기구에서 내린 모든 결정은 무효라고 재차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장인화 전 사장 자체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호화 이사회’ 논란의 구성원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서울숲에 과학관을 짓겠다고 해 포항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과 과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권 실세를 수시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앞서 후추위의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 국민연금과 포스코 노조 등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호화 이사회’ 및 후추위를 둘러싼 논란 외에도 포스코그룹은 현안이 산적해있다. 먼저, 포스코그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권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돼 한 차례 연임까지 한 최정우 회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등 굵직한 행사에서 거듭 제외됐던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은 신임 회장이 풀어야 할 까다로운 과제로 지목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9.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8.6%나 줄어들었다. 특히 본연인 철강부문에서의 실적 하락세가 뚜렷하고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 업황이 악화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고,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공을 들여온 이차전지 소재 부문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인해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장의 전망도 어둡다.

고령의 나이도 우려로 지목되는 부분 중 하나다. 1955년생인 장인화 전 사장은 현재 만 69세를 앞두고 있으며 3년 임기를 마치면 70대에 접어든다. 현 최정우 회장보다 2살이 더 많고, 6명의 최종 후보군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았다. 이에 전문성 측면에선 높은 평가를 받을지 몰라도 시대변화에 대한 대응이나 젊은 구성원들과의 소통 측면에선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장인화 전 사장은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선임의 마지막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장인화 전 사장이 별다른 변수 없이 포스코 수장 자리에 앉게 될지, 산적한 현안들을 순조롭게 해소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