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의료계의 집단행동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의료인력의 확충이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면서다. 의료개혁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데다, 일관된 정책 메시지가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의지를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 의료계 반대에도 ‘단호’

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과 관련해 전국 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6시를 기점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23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가 되지 않았으나, 사직서 제출자 중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의대정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이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에 상당한 의료인력이 유출되면서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로 인해 지역 필수 의료도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에서 마주하는 의료서비스의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고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증원 규모’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이다. ‘2,000명 증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 규모’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필수 의료체계 보강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내년부터 정원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2035년에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윤 대통령이 그리는 의료개혁의 핵심이다. 지난 1일 의료개혁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론은 정부에 우호적인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76%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힘을 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에너지경제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9.5%로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총 831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 후 추가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불응할 경우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은 물론 고소·고발 등의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내각 전부가 일치단결해서 국민들이 피해가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4년 2월 20일, 오후 14시 00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국무회의장

<모두발언>

국무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여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결의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28차례나 의사단체와 만나 대화하며, 의료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의사들을 위한 사법리스크 감축,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 수가 등 보상체계 강화, 지역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지원 등을 함께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주 전공의 사직 등 집단 휴진이 예고되면서 수술이 축소되거나,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국가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입니다.

의료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2022년 7월에는 빅5 병원 중 한 곳의 간호사가 병원에서 일하다 쓰러졌는데도 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안타까운 일까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필수의료가 아닌 비급여 진료에 엄청난 의료인력이 유출되어 필수의료에 거대한 공백이 생긴 현실을 우리 국민은 늘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료개혁이 시급한데도,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지나갔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력은 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 지역 필수의료도 함께 붕괴되었습니다. 지역 필수의료체계의 붕괴는 지역에 사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위험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006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줄어서 누적 합계 7,000여 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의사 증원만으로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를 해결할 수 없음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조건임은 명백합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 증원을 여러 차례 시도해 왔으나, 지난 30여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제 실패 자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입니다.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2031년에나 의대 첫 졸업생이 나올 수 있고, 전문의를 배출해서 필수의료체계 보강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리며, 2035년에야 비로소 2천 명의 필수의료 담당 의사 증원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우려도 맞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정원은 현재 한 학년 135명입니다만, 지금부터 40년 전인 1983년에는 무려 260명이었습니다.

40년 동안 의료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반해, 의대 정원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경북대학, 전남대학, 부산대학 등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 의과대학들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정원이 더 많았던 그때 교육받은 의사들의 역량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분들이 뛰어난 역량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의학교육에 있어 더 필요한 부분에 정부는 어떠한 투자와 지원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의대 증원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추진에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암 수술, 중증 진료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지역 병원들의 성과를 널리 알려 ‘묻지마 서울 쏠림 현상’도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지역의 의사들 중에 중증 고난이도 치료와 수술에 있어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분들의 성과와 실적을 정부는 널리 홍보해서 알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의료 역량은 세계 최고입니다. 그러나 환자와 국민들이 지역에서 마주하는 의료서비스의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고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의료인 여러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역 필수의료, 중증 진료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사법 리스크를 줄여 여러분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책임지고 만들겠습니다. 아울러, 전국 어디에 살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의 공정한 의료 접근권을 반드시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의대 증원은 국가 미래 전략 산업인 첨단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위한 의과학자와 의료 사업가 양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분야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의 진출이 필수적이고, 엄청난 고소득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입니다.

며칠 후면 2023년도 합계출산율이 발표됩니다. 우리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숫자로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즉효 대책이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대응만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우리 모두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들을 꼼꼼하게 살펴서, 저출산 정책을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양육, 고용, 주거 상황 모두가 불안합니다. 확실하게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아니라면, 어떠한 정책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완화하는 노동, 교육 등 구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출산과 양육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발굴해서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입니다.어디에 살든 마음 편히 아이를 기르도록, 지역 균형발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부의 대책이 더 큰 효과로 이루어지려면 우리 사회 모두의 동참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기업의 동참도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파격적인 규모의 출산 장려금을 비롯해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어서, 정말 반갑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사회적 난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도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기업의 노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습니다.

지난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새로 위촉하고 체제를 정비했습니다.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저출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바꾸고, 직급과 예우도 상향시키고, 국무회의에도 여러분들과 함께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각 부처는 저출산고령위와 함께 저출산 대책을 밀도있게 논의하고, 논의된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주부터 전국 각 지역의 현장에서 민생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설 직후에는 부산을 찾았습니다.일자리와 인재, 생활환경을 연계한 ‘지방시대 3대 민생패키지’를 말씀드리고, 국민이 체감하는 지방시대를 열어갈 방안들을 논의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대전에서, 대한민국을 첨단 과학기술의 First Mover로 도약시킬 우수 인재 양성 방안과 연구기관 혁신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과학 수도 대전’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도, 그 공간 활용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했습니다.

책상에서 알 수 없는 것들이 현장에 있고,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어려움이 지역에 있습니다.현장을 찾으면 찾을수록,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목소리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올 한 해 계속, 이러한 방식의 민생 토론을 통해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손에 잡히는 민생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보고와 토의를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직접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보다 많이 듣고, 해결책을 가지고 국민을 만나겠습니다. 현장에 응답하는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신속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국무위원과 모든 부처 공직자들 역시, 국민의 삶 깊숙이 들어가 현장의 문제를 풀어내가는 데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3월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겨우내 움츠렸던 국민들의 야외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특히, 엘니뇨와 같은 이상 기후로 대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 농도도 예년보다 높아질 것입니다.

지난 12월부터 ‘계절 관리제’를 통해 자동차, 공장, 발전소 등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고 있습니다만 더 강도 높은 대비가 필요합니다.

날씨가 풀려 난방 수요가 줄어들면석탄발전 가동을 더 줄일 여력이 없는지, 또 봄을 맞아 다시 시작하는 공사 현장의 날림먼지는 어떻게 관리할지, 작은 것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곳과,많은 사람이 몰리는 실내 미세먼지 관리를 특히 철저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반복되는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환경부와 관계 부처는 총력을 다해 대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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