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 대통령실 제공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두 번째다. 표결 전까지도 ‘접전’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압도적 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드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국토 균형 발전’ 추진 의지 강조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브리핑에 나섰다. 이날 발표는 예고에 없었던 것으로 긴급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모든 것이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이어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투표 결과,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돌아갔다. 리야드는 총 165표 중 119표를 가져가며 29표를 얻은 부산과 압도적 격차를 보였다. 당초 사우디아라이바와 ‘접전’을 예상하는 ‘낙관론’이 투표 직전까지도 이어졌으나, 실제 결과는 사뭇 달랐다. 즉각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외교력과 정보력의 실패라는 지적이 새어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로 인한 후폭풍을 미리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취임 이후 96개국 정상과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발족 이후 민관이 이동한 거리는 지구 495바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록 결과는 ‘실패’였지만, 과정만큼은 치열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사력을 다한 정부 및 재계 인사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면 범정부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며 “당선인 시절에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여기에 함께하겠다, 또 민관이 공동으로 일을 하겠다고 참여해 주셔서 정말 지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유치전을 통해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계기로 여러 국가와 접촉하는 등 외교 지평을 넓혔다는 게 대표적이다. 대한민국과 부산의 브랜드를 곳곳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 요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치 과정에서 우리는 ‘K-컬쳐’의 우수성을 알리며 소프트웨어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며 “유치전에서 체득한 외교적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담화를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 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고 연대의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이러한 기조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우리 국토의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로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및 북항 재개발, 광역 교통망 구축 등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개의 축으로 해서 우리나라 균형 발전을 통해 비약적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모든 경제·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 29일, 오후 12시 00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서 민관 합동으로, 범정부적으로 2030년 엑스포, 부산엑스포 유치를 추진했습니다마는, 실패했습니다. 

먼저 그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불철주야 수고해 주신 박형준 부산시장, 그리고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신 최태원 상의 의장, 한덕수 총리, 바쁜 일정에도 그야말로 기업의 업무를 제쳐놓고 최선을 다해서 뛰어주신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 그리고 직원들, 그리고 우리 외교부에 본부와 또 재외공관, 그리고 특히 파리에 최재철 주불 대사를 비롯한 우리 대사관 직원들, 또 박상미 유네스코 대사를 비롯한 유네스코 대사관 직원들, 그리고 OECD 최상대 대사를 비롯한 OECD 전 직원들이 파리 현지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지난 1년 이상을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무위원들도 여러 국가들을 맡아서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시간을 내서, 그야말로 먼 거리까지 다니면서 유치를 위해서 뛰었습니다. 

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하고 제가 2021년 7월에 부산을 가서 2014년부터 부산 시민들이,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 정말 애써온, 시민들의 열망을 목격을 하고, 또 정부에서 좀 지원을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선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범정부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드렸습니다. 당선인 시절에는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여기에 함께하겠다고, 또 민관이 공동으로 일을 하겠다고 참여를 해 주셔서 정말 지난 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한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통화도 해 왔고, 했습니다마는 저희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어떤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정말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개 축으로 해서 우리나라의 균형 발전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특정 지역만 발전하는 이런 불균형 성장을 해서는 우리가 잠재 성장력을 키우고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이제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여기에서 더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저희가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영호남 지역을 부산을 축으로 해서, 또 서울을 축으로 해서는 수도권, 충청, 강원 지역으로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재작년 7월에 부산을 방문했을 때도, 제가 시민들과 언론인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외국에서 보면 알려진 주요 도시로서 그 나라를 인식한다고 했습니다. 멀리 외국에서 보면 대한민국 하면 서울밖에 모릅니다. 그게 아주 보편적입니다. 그래서 부산을 알려야 되겠다, 일본 하면 우리는 일본의 도쿄도 알고 오사카도 알고 삿포로도 알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본 하면 도쿄와 오사카 2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개의 축으로서 세계에 알리고, 이것을 거점으로 해서 남부 지역의, 영호남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했습니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 국토의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입니다. 그래서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과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써 계속 육성하고, 우리 영호남의 남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써 모든 경제․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없이 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물론 우리 정부의 국정 기조입니다만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저희가 이야기한 우리가 전쟁의 폐허에서 이만큼 성장해 오는 데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돌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부산 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고 연대의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우리의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 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주 핵심 파트너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던 엑스포 리야드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돼서 정말 축하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그동안 준비해 왔던 자료와 경험과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원해서 사우디가 2030년에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것은 제 부족함입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라는 이러한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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