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쇼박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 될 것이 나오고 만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엑소시즘과 사이비 종교 등 색다른 소재를 통해 독보적인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 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자,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Forum) 섹션 공식 초청작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는 ‘파묘’. / 쇼박스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는 ‘파묘’. / 쇼박스

영화는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오컬트 미스터리 세계관을 구축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상당하다.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서 시작된 파묘, ‘묫바람’이 미국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숨을 죽이고 집중하게 만든다.   

그곳에서 나온 ‘험한 것’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후반부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갑작스러운 전개에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긴 하나 영화가 끝난 후 진한 여운이 남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자꾸 곱씹게 하고 곱씹을수록 머리에, 가슴에 맺히고 새겨진다. 물론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이 펼치는 ‘팀플레이’도 재미 포인트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익숙한 듯 새롭고 낯선 이들의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이 각자의 직업적 특성에 맞게 펼치는 협업이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긴장감 넘치게, 때로는 먹먹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담겨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 쇼박스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 쇼박스

배우들의 열연도 흠잡을 데 없다. 최민식은 묵직하고 김고은은 강렬하다. 유해진은 유쾌하고 이도현은 새롭다. 특히 실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젊은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의 활약이 돋보인다. 굿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명장면이다.  

사실감과 미스터리함을 극대화하는 공간과 음악 등 생생한 프로덕션은 몰입을 높인다. 다만 ‘험한 것’의 비주얼은 아쉽다. 오히려 등장하기 전 공포감이 더 크다. 감독의 전작보다 다소 직접적인 전달 방식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감독은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것들을 담은 직관적인 영화”라며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깊은 몰입감을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닝타임 134분,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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