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2021년 3,000억원을 투자했던 배달앱 ‘요기요’ 지분 가치가 1,341억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 
GS리테일이 2021년 3,000억원을 투자했던 배달앱 ‘요기요’ 지분 가치가 1,341억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달앱 ‘요기요’의 업계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GS리테일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던 요기요를 인수한지 2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반토막났을 뿐 아니라 향후 전망 또한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 기대와 달리 ‘계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3,000억원에 산 요기요 지분 1,341억원으로… 전망도 어두워

최근 공시된 GS리테일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이 보유 중인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 지분 30%의 평가가치, 즉 장부가는 1,341억원으로 책정됐다. 1년 전인 2022년말 기준 장부가액(2,712억원) 대비 반토막난 것이다. GS리테일은 2021년 10월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위대한상상을 인수할 당시 3,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위대한상상 지분 가치의 급격히 하락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4,5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2,857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상당한 규모의 적자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원인은 요기요의 평가가치 하락에 있었다. 위대한상상은 GS리테일과 사모펀드들이 2021년 위대한상상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했던 특수목적회사를 지난해 역합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영업권을 재평가한 결과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는 2년 반이 지난 현재 악수가 된 모습이다.

위대한상상은 당초 독일의 글로벌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였다. 하지만 딜리버리히어로가 위대한상상의 경쟁사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추진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위대한상상을 매각해야 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졌고, 딜리버리히어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새 주인을 맞는 과정도 험난했다. 매각 절차초기만 해도 위대한상상은 기업가치가 2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고, 여러 굵직한 인수 후보군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인수전은 잠잠하기만 했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GS리테일과 두 사모펀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이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한 지붕 식구가 된 GS리테일과 요기요는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편의점과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통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GS리테일과 배달앱 업계 2위의 입지를 다지고 있던 요기요가 다양한 협업을 구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각각의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지닐 수 있다는 기대였다. 실제로 양사는 협업을 통해 ‘요마트’, ‘요편의점’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위대한상상은 최근 안팎으로 뒤숭숭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서성원 전 대표가 취임한지 1년 반 만에 돌연 물러나더니, 후임으로 취임한 이정환 전 대표도 두 달 만에 물러났다. 또한 잇단 수장 교체의 배경으로 주주 간 갈등설이 불거지기까지 했다.

배달앱 업계에서의 입지도 흔들렸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쿠팡을 등에 업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며 바짝 추격해온 것이다.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반향을 일으켰고, 이를 통해 업계 2위 요기요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앱 기반 서비스의 주요 평가 지표인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역대 가장 근접했을 뿐 아니라,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추월에 성공하기도 했다.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을 마주하고 있는 요기요는 향후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점유율 확대 및 요기요 추격에 탄력이 붙은 쿠팡이츠는 최근 ‘무제한 무료배달’이란 파격적인 혜택을 새롭게 꺼내들며 공세의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월 4,990원만 내면 쿠팡의 여러 신속한 배달 서비스는 물론,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혜택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도 즐길 수 있다. 

반면, 요기요는 당장 이에 견줄만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주며 출혈경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쿠팡이츠의 파상공세에 맞설 마땅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2년 반 만에 위대한상상의 평가가치가 반토막나며 투자 및 신사업 추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GS리테일 입장에선 요기요로 인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매각 등 정리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요기요가 GS리테일의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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