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선거대책위원회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설이 채 진정되기 전에 ‘윤핵관’에 불만을 품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국면이 펼쳐지면서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듯싶던 이들의 갈등은 지난 3일 ‘울산 회동’을 기점으로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이 대표와 갈등의 실타래를 푼 데다 김 전 위원장 합류라는 성과까지 거머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윤 후보는 ‘단합’이라는 단어에 힘을 실었다. 그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정권교체를 ‘시대적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 후보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며 “이제부터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가 아니라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 그래야만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확 바꾸겠다’를 출범식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날 행사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짜여졌다는 점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댄스팀의 축하 공연으로 막을 연 출범식은 이들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의 청년들이 중심이 돼야 해 선대위 출범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그가 생각하는 선거 승리 방정식과 맞닿아 있다. 청년과 여성, 중도층을 공략해 지지층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이날 연설을 통해 “청년과 여성을 보강해야 한다”며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기반을 확장해 이들을 대통령 선거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종인-김병준 총출동… ‘정권교체’ 한목소리
선대위 출범 과정에서 삐걱거려온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는 이 자리에 모두 참여하며 그간의 갈등을 일단락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단연 이들의 연결 고리는 ‘정권교체’였다. 현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며 윤 후보를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는 국가를 자신들의 어설픈 이념을 실현하는 연구실 정도로 여겼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을 능력, 책임감, 부끄럼이 없는 이 정권에 맡길 수 없다.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분명한 건 그(이 후보)가 권력의 칼로 세상을 재단하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력을 기반으로 대중영합주의를 확보하고 강화할 것”이라며 “국가주의와 대중영합주의가 결합할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세계 역사를 보라”고 지적했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이 대표는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였다. 현 정권의 실정만을 지적하는 것보다 당 내부의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선거를 90일 남긴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다”며 “저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두려운 게 아니라 우리 제1야당이 국정농단과 탄핵의 상처, 무능을 넘어서 새로워졌는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된 모습’을 통해야만 정권교체라는 목표에도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그의 메시지의 핵심이다.
◇ 모양새는 갖춰졌지만, 여전히 불안한 ‘원팀’
우여곡절 끝에 선대위가 완성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요소들도 남아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그간의 ‘당무 거부 사태’를 되돌아보며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후보 측근들에 대한 우려를 재차 지적했다. 이 대표는 “며칠간 초래한 혼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는다”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윤 후보와 우리의 순수한 노력 사이로 남을 깎고 이간질해 자리를 만드려는 사람들은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간 ‘화학적 결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장 선대위 출범식에 참여한 두 인사가 이날 행사장에서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으면서다. 다른 경선 후보들과는 달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말이 새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선입견을 갖고 본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당내에서 다양한 이견이 나오더라도 정권교체라는 목적, 또 집권 후 국민의 행복 보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불참에 대해선 “두 분 캠프에 계셨던 실무자분들이 많이 오시기로 했다”며 “유승민 의원은 아직 뵙질 못했는데 조만간 찾아뵙고 두 분께서도 바깥에서 응원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러한 ‘이상 조짐’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이날 시민 대표 김민규 씨의 연설을 언급하며 “지극히 당연하고 맞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불협화음이 곧 국민의힘의 승리 방정식′이라는 취지의 내용에 공감한 것이다.
윤 후보는 “우리 당내에 그리고 선대위에서의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다른 의견 얼마든 나올 수 있고 이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민주정당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 자유롭게 표출된 이견에 합의점을 찾아서 민주적 과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이 다른 정당과 타협하고 민주적으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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