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청년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수당은 단순히 돈을 받는 개념이 아니다. 시간을 얻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시간,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청년기본법이 연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2년여 만에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 소관 부처 간 공방은 국무총리실로 일원화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청년들의 숨통이 다소 트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흘러나왔다. 청년기본법이 청년 지원 정책의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일례가 제4장 청년의 권익 증진을 위한 시책이다. 여기엔 정부와 지자체가 창업지원금을 비롯해 교육훈련비·금융생활 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로 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근거가 담겨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다. 결국 돈 문제다. 이에 대해 임한결 우리미래 청년정책국장은 “시간 격차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청년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래서 일부는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하고, 또 다른 일부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바로 이때 청년들의 ‘격차’가 생긴다. 임한결 정책국장은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청년들은 성적과 인간관계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단순히 돈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일하는 청년들도 식사비 하루 평균 1만원

청년들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우인철 공동대변인은 “과도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부에서 일정기간 동안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준다면 청년들이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청년들의 문제를 일자리에만 국한하지 말고 삶의 질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정책은 실패했다. 이미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했으나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래서 이제는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를 바꿔보자는 얘기다. 

청년유니온 측은 월소득 200만원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소득 수준 때문에 생활비 항목을 제대로 지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실제 일하는 청년들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청년유니온에서 ‘2018 청년 가계부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필수 생활비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다. 월소득 2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는 평균 만 27세의 청년이 평균 생활비로 136만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식사비는 31만원이다. 하루 1만원 수준인 셈. 복수 응답자 25%는 식비에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사는 지난해 5월 21일부터 7월 11일까지 온라인과 거리 캠페인을 통해 이뤄졌다. 유효 응답자는 총 255명이다.

특히 청년유니온 측은 “소득 수준 때문에 제대로 지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응답자의 39%가 학자금 대출이나 생활비 대출로 평균 부채가 1,353만원에 달했다”면서 “대졸 이상 학력의 청년은 학자금 대출로 부채가 1,537만원으로 많아졌고, 고졸 이하 학력의 청년 26%는 생활비 대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임한결 정책국장은 “(부모가 물려준) 유산 여부에 따라 청년들의 양극화도 크다. 대출을 갚기 위해 묻지마 취업을 택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취업은 청년들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 지갑은 여전히 가벼웠고, 문화생활은커녕 배불리 먹지 못했다. 소득이 없는 청년들의 경우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기엔 현실이 팍팍하다. 우인철 대변인이 물었다. “아르바이트로 월 150만원을 벌면 ‘저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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