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특별기획] 박주민과 함께 한 ‘청년 좌담회’ 후일담

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시사위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좌담회를 열었다. 자리에 참석한 청년들은 박주민 최고위원에게 취업과 결혼, 육아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았다. <사진=김경희 기자/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결같달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보도를 목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만난 것은 2년 전이다. 20대 총선이 끝난 지 보름 만에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선거사무소로 사용하던 현 지역구 사무실에서다. 바쁠 때지만 먼저 와서 취재진을 기다리는 박주민 최고위원을 봤다. 이번에도 같았다. 청년들과 좌담회를 열기로 한 지난 8일,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사무실에 나왔다. 그의 보좌진은 “기다리고 있었다”며 취재진과 청년들을 맞았다.

# 박주민, 만나보니 어때요?

분위기는 좋았다. 좌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고, 박주민 최고위원은 진지한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박선경(27·사회복지사) 씨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으레 짐작될만한 딱딱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저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박지은(29·대학원생) 씨도 “눈을 하나하나 다 맞춰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해줄 때 고마웠다. 무표정한 얼굴이라 차가워 보이지만, 한 번씩 웃을 때마다 따뜻한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모(31·취업준비생) 씨는 좌담회를 통해 보람을 느꼈다. 정계 입문 과정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박주민 최고위원의 성실한 이미지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데 대한 안도랄까. 그는 박주민 최고위원 같이 ‘열심히 뛰는’ 국회의원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듭 제언했다. “유튜브와 같은 채널을 통해 개인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서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게 하씨의 바람이다. 김모(29·직장인) 씨도 청년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소통 방식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청년들은 기대 이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젊은 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찾았고,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을 원했다. 이들이 좌담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사진=김경희 기자/그래픽=이선민 기자>

# 선경 씨, 왜 울컥했어요?

선경 씨는 멋쩍게 웃었다. 그는 박주민 최고위원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말하려다 순간 머뭇했다. 갑자기 뜨거워진 목울대에 목소리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박주민 최고위원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선경 씨는 좌담회가 끝난 뒤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는 계획에 없던 임신과 결혼으로 지쳐보였다. 출산 후 산후조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터로 나와야 할 만큼 바빴고, 빠듯한 살림에 힘들었다. “그게 내 미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

선경 씨의 고백에 다른 청년들은 짧은 탄식의 소리를 냈다. 하씨는 저출산 문제가 과다 업무, 주택난, 여성 경력단절 등 방대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좀 더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에선 당장 10년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정책들은 안일하게 내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례가 주52시간 근무제다. 하씨는 국가에서 무작위로 사업장의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고, 초과 근무 시 책임자의 성과급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 부장이 잘못한 거에요?

김씨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하루에 16시간을 근무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가 꺼지면 전산실에 야근이라고 연락해 다시 컴퓨터를 켰다는 얘기, 오전 내내 놀던 상사가 퇴근 시간 앞두고 다음날 아침까지 보고하라고 일을 던져줬다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설마 내가 해당되겠어?”라고 반문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김씨의 속풀이를 듣고 있던 하씨는 “부장이 문제다”고 일침을 던졌다. 성과를 내야 할 부장과 워라벨, 소확행을 누리고 싶은 직원의 격차는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은 씨가 무릎을 쳤다. 그는 “박주민 최고위원에게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무를 지켜주고 있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깜빡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다른 청년들도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청년들과 대화를 마친 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청년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경희 기자/그래픽=이선민 기자>

결론은 다시 “대기업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노동 강도가 같다면 돈이라도 더 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씨도 “대기업도 경력직 뽑을 때 대기업 출신을 우선시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비전이 없는데 아무런 우대 혜택 없이 무조건 중소기업에 가라고만 하면 누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씨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가는 것은 쉽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것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 그래서, 오늘 좋았죠?

좌담회가 끝난 뒤 이어진 뒷풀이는 길어졌다. 지은 씨는 “대학원생이라 아직 취업에 뛰어든 게 아니라서 주변 사람들의 말로 추측만 해왔다”면서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날 열린 좌담회처럼 청년과 정치인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했다. “정책 얘기를 하면 종국엔 투표하란 말로 정리되는데 반대로 국민들이 ‘저 사람을 위해 내가 꼭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치인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충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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