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5 02:33
KPX그룹 양준영 부회장, 결국 공정위 ‘첫 타깃’ 되다
KPX그룹 양준영 부회장, 결국 공정위 ‘첫 타깃’ 되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9.04.24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거래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KPX그룹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그룹 조사 첫 타깃이 됐다.
내부거래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KPX그룹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그룹 조사 첫 타깃이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 차원의 경제민주화 추진 행보에 역행하며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끊이지 않던 KPX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조준을 받게 됐다. 올해부터 중견그룹으로 시야를 넓히겠다고 밝힌 공정위의 첫 타깃이 된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KPX그룹에 조사관 20여명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KPX그룹은 지주회사 KPX홀딩스를 필두로 KPX케미칼, KPX라이프사이언스, 진양홀딩스, 진양산업, 진양화학, 진양폴리우레탄 등 31개의 계열회사를 통해 화학 관련 사업을 주로 영위 중인 중견그룹이다. 현재는 창업주 양규모 회장에 이어 장남 양준영 부회장이 2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양준영 부회장의 동생인 양준화 그린케미칼 사장의 계열분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주시하고 있는 KPX그룹의 혐의는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승계에 활용한 것이다.

문제의 회사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다. 1987년 설립된 삼락상사에서 2017년 4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로 이름을 바꿨다. 비상장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양준영 부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 구체적 지분 구조가 공개된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양준영 부회장이 88%, 부친인 양규모 회장과 모친이 각각 6%씩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 중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도매업이 압도적이다. 문제는 도매업이 모두 내부거래로 이뤄져있다는 데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상품수출, 즉 도매업을 통해 올린 매출액은 67억원이었다. 지난해 총 매출액 76억원의 88%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는 KPX그룹이 베트남 현지에 설립한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액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이 같은 매출을 발생시킨 상품매출원가는 KPX케미칼로부터 매입한 규모와 같다.

즉,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핵심 사업구조는 KPX케미칼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베트남 현지 계열사에 되파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KPX케미칼로부터 52억원어치 제품을 사들여 베트남 현지 법인에 67억원에 되팔며 15억원 상당의 매출이익을 남겼다. 소위 ‘통행세’로 불리는 내부거래에 의해 회사가 운영되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통행세’에 해당하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사업구조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부거래는 양준영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2008년부터 KPX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08년 0.18%였던 지분이 최근 현재 11.24%로 크게 증가한 상태다.

KPX홀딩스의 현재 최대주주인 양규모 회장은 19.6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양준영 부회장의 지분은 10.40%다. 다만,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더하면 21.64%로 증가한다. 마무리 단계에 이른 승계과정에서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KPX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대기업에 이어 중견그룹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일부 중견그룹은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 나섰지만, KPX그룹은 지난해에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KPX그룹이 남긴 긴 꼬리는 공정위에게 정조준을 당하는 처지로 돌아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부터 중견그룹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KPX그룹에 대한 조사 착수는 그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첫 타깃으로 지목된 만큼 KPX그룹이 공정위의 서슬 퍼런 칼날을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