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8 18:03
양준영 KPX그룹 부회장, 결국 공정위 ‘철퇴’ 맞다
양준영 KPX그룹 부회장, 결국 공정위 ‘철퇴’ 맞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1.01.1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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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KPX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 지원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PX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 지원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부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던 KPX그룹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중견기업 1호’ 제재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세 시대에 박차를 가해왔던 양준영 부회장 입장에선 불명예스러운 발자취를 남기게 된 모습이다.

◇ 오너일가 회사에 수출영업권 그냥 넘긴 계열사

공정위는 최근 KPX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행위를 적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9년 4월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중견기업으로 감시망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외부에 알려진 첫 조사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내부거래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던 KPX그룹은 결국 공정위의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오너일가 개인회사를 면밀히 들여다본 공정위는 비정상적인 지원을 확인해 적발했다.

문제의 중심에 선 오너일가 개인회사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다. 양규모 KPX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그리고 장남인 양준영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너 2세 양준영 부회장의 지분이 88%로 압도적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사업구조는 무척 단순했다. KPX케미칼로부터 매입한 원부자재를 그룹의 베트남 현지법인에 수출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전체 상품매출원가는 KPX케미칼로부터의 매입거래 규모와 일치했고, 전체 상품수출액은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올린 매출거래 규모와 일치했다. 부동산임대를 통한 수익도 일부 존재했지만, 전체 실적의 대부분은 이러한 구조가 차지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수출(대행)업을 정상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통행세 등 내부거래 측면에서의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엔 다른 문제가 숨어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KPX그룹 계열사인 진양산업은 2015년 8월 베트남 법인에 대한 수출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 양도했다.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안정적인 매출 및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업권을 아무 대가 없이 손에 넣은 것이다. 

공정위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아무런 노력이나 인적·물적 기반 없이 시장에 신규 진입해 독점적 사업자로서의 지위가 형성·유지된 반면, 수출업을 영위하는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시장진입은 봉쇄됐다”고 지적했다. 

원료 수출사업은 가공 없이 생산업체 공장에서 베트남 현지로 바로 이동돼 특별한 시설이 불필요하고 수출(대행)업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데, 이러한 시장에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어떠한 대가도 없이 독점적 지위를 얻어 누려온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오너일가 승계작업에 활용됐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현재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KPX홀딩스 지분 11.24% 보유 중이다. 양규모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2011년까지만 해도 1%를 밑돌았지만, 이후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왔다. 양준영 부회장이 보유 중인 10.40%의 지분과 합치면 양규모 회장의 지분도 훌쩍 뛰어넘게 돼 승계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공정위는 “진양산업으로부터 수출영업권을 이관 받은 결과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그 수익을 KPX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함으로써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KPX그룹의 부당 지원 행태를 적발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16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에 비해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지만 경쟁저해성은 대기업집단에 못지않은 중견기업집단의 위법 행위를 엄정하게 조치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정위의 이번 처분이 KPX그룹에 미칠 실지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씨케이엔터테인먼트의 사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또 다시 사업권 무상 양도와 같은 부당 지원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현행 규정상 사업권 원상복귀 등의 조치는 어렵다. 공소시효 문제로 고발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씨케이엔터테인먼트가 보유 중인 KPX홀딩스 지분에도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어쨌든 오너 2세 시대 개막에 박차를 가해왔던 양준영 부회장은 이번 공정위 적발로 인해 체면을 구기게 됐다. 무엇보다 오너일가 사익편취로 공정위에 적발된 ‘1호 중견기업’이란 낙인을 피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양준영 부회장은 공정위가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직후인 2019년 6월 양규모 회장이 KPX홀딩스 각자대표에서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이사에 등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