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이 배우 이나영을 새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 왼쪽은 탑텐의 화보 촬영 모습이며 오른쪽은 유니클로 모델 시절의 이나영. / 각 사
탑텐이 배우 이나영을 새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 왼쪽은 탑텐의 화보 촬영 모습이며 오른쪽은 유니클로 모델 시절의 이나영. / 각 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신성통상의 탑텐이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에 의류 시장에 정착하는 데 기여한 초저가 우위 전략에서 벗어나 세련미까지 갖춘 SPA 브랜드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반일 감정 확산에 따라 위기에 빠진 걸 호재로 삼아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탑텐

탑텐이 배우 이나영을 모델로 발탁했다. 이나영은 과거 2년간 유니클로의 모델로 활동한 전력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어 탑텐의 이번 결정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탑텐은 “이나영 특유의 세련미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매력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았다”고 모델 선정 배경을 밝혔다.

유니클로와 탑텐은 SPA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브랜드다. 동종 업계에서 이미 한 차례 소비된 모델을 다시 차용했다는 건 그만큼 해당 모델이 가진 휴먼파워가 강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탑텐은 유니클로가 이나영을 발탁해 누렸던 효과를 고스란히 누리겠다는 벤치마킹을 펼치는 셈이다.

유니클로는 이나영을 통해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자사 얼굴로 내세워 일본과 유니클로 특유의 미니멀한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발열 내의의 대명사가 된 ‘히트텍’과 여름용 내의 ‘에어리즘’을 국내에서도 유행시킨 주역으로 통한다. 다만 유니클로는 글로벌 방침상 히트텍을 포함해 개별 상품에 대한 세부적인 판매 수치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유니클로는 이나영을 재발탁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갱신해 홍보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동일 모델과 계약을 체결하는 케이스는 그리 흔치 않다”며 “그만큼 자신들에게 최적화 된 모델이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탑텐은 무엇보다 이번 새 모델을 통해 히트텍의 자리를 꿰차겠다는 심산으로 파악된다. 히트텍이 이나영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린 전례를 답습해 자사 발열내의 브랜드인 온에어를 ‘국민내복’ 반열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출시 5년이 지난 온에어의 인지도는 열세한 편이다. 실제 탑텐은 자신들의 첫 여성 모델인 이나영을 앞세워 여성 캐주얼 라인을 강화함과 동시에, 하반기에는 온에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500만장 규모로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을 대상으로 한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반일 감정이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니클로는 ‘보이콧 재팬’의 중심에 서 있다. 일선 영업점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 롱패딩 등 초저가 정책으로 성장해 온 탑텐이 세련미까지 갖춘 SPA브랜드로 거듭나 글로벌 의류 공룡 유니클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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