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가량 침묵하던 롯데컬처웍스의 타석이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체면을 살리게 됐다. / 네이버 지도
8개월 가량 침묵하던 롯데컬처웍스의 타석이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체면을 살리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선구안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며 연거푸 헛스윙을 휘두르던 롯데컬처웍스가 겨우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배급을 맡은 영화 ‘82년 김지영’이 평단의 호평 속에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 ‘평점 테러’ 이겨내고 배급사 체면 살린 ‘지영이’

가뭄에 허덕이던 롯데컬처웍스에 마침내 단비가 내렸다. 기대작들의 연이은 흥행 참패로 조바심이 커져가던 롯데컬처웍스의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든 건 블럭버스터와 거리가 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다.

23일 오후 기준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관객수 259만명을 모으며 늦가을 국내 박스오피스를 접수했다. 이미 개봉 8일만인 지난달 31일에 손익분기점인 160만 관객을 동원했다. 롯데컬처웍스로서는 기대치가 낮았던 하위 타선에서 방망이가 폭발한 셈이다.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젠더 문제를 다룬 드라마 장르라 오락성과는 거리가 멀다.

제작비도 상업 영화치고는 적은 자본이 투입됐다. 업계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의 순 제작비는 51억원. 홍보마케팅 비용(P&A)을 더한 금액은 74억원선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이후 제작비 상향 평준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100억원은 기본’이 된 요즘 충무로 사정을 보면 저예산에 가까운 작품이다. 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을 하지 못한 일부 네티즌들의 ‘평점 테러’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의 흥행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흥행 배경에 대해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원작 소설의 탄탄한 작품성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지면서 남녀 관객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독자 노선을 걷게 된 롯데컬처웍스는 시장의 예상을 비껴간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신과 함께’와 같은 흥행 보증수표가 사라지자 선구안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말모이’(287만)와 ‘증인’(253만) 이후 장장 8개월 가까이 타선이 침묵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이어 음악영화 돌풍을 이어가려던 ‘로켓맨’은 10만 관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맨인블랙:인터내셔널’(85만명)은 초여름 극장가 흥행 대전에서 디즈니의 ‘알라딘’(1,225만명)에 처참히 패했다.

심기일전을 노렸던 추석 시즌에도 고배를 마셨다. 추석 시즌이 임박해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롯데컬처웍스 내부에서도 기대가 컸던 ‘타짜:원아이드잭’은 전작들의 아성을 넘지 못하며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 추월당했다. ‘알라딘’ 흥행의 주역인 윌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제미니맨’은 조기 강판됐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하반기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호흡을 맞춘 ‘천문:하늘에 묻는다’와 헐리우드 재난 영화 ‘크롤’이 출격 대기 중에 있다”면서 “올해 1,000만 영화가 4편이나 나올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아줘 멀티플렉스 극장 부문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영화관 사업외에도 배급과 뮤지컬, 드라마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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