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01:54
‘010 통합’ 진통… 접점 찾을 수 있을까
‘010 통합’ 진통… 접점 찾을 수 있을까
  • 박설민 기자
  • 승인 2019.11.1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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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X이용자, 010 통합거부는 5G 이용 ‘거부’아닌 ‘이전’ 요청
과기정통부, “약 4억 개의 번호 자원 확보 위해선 어쩔 수 없어”
SK텔레콤은 지난 7일 2G서비스 종료서비스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접수했다. 이로써 SK텔레콤의 01X번호의 010 통합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올해 국내 통신시장은 큰 변환점을 맞고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초고속 LTE의 시대가 저물고 5세대 이동통신 ‘5G’의 시대가 도래한 것. 이제 스마트폰 하나면 초고화질의 영화 한 편을 10초만에 전송받아 감상할 수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도 5G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구현 가능하게 됐다.

그와 동시에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2G’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G서비스 종료 신청서를 접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2G 종료승인 신청에 대해 심사기한 및 2G 서비스 종료시점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으나 통신 업계는 2G 서비스의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초고속’ 통신 시대에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한 ‘2G의 번호’를 지키기 위해 ‘소멸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 010 통합거부, 5G 이용 ‘거부’아닌 ‘이전’ 요청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정부의 이동통신식별번호인 010통합정책을 반대하는 모임으로 현재 회원 약 3만6,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통합본부의 회원들은 2G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자신이 사용하던 011, 017 등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통신사에 요구하고 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부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신대용(45) 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017은 거의 20년을 사용해 온 소중한 번호”라며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 역시 추억, 사업, 거래처 연락 등의 이유로 변경을 원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대용 씨는 010번호통합에 반대는 하지만 결코 5G서비스 이용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많은 사람들이 010번호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2G서비스에 매달리며 ‘떼쓰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대용 씨는 “2G 종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01X 번호를 계속해서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01X 번호만 사용할 수 있다면 3G, LTE, 5G로 옮기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씨는 “2021년까지 01X번호를 3G, LTE, 5G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 측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번호 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현재 01X번호 이용자가 명의 이전, 통신해지, 사망했을 경우 번호를 반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술적으로 01X번호를 3G, LTE, 5G 등으로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통신사들은 정부 정책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정부, 통신번호는 유한한 국가자원, 01X에 묶인 번호만 ‘4억 개’

정부는 통신자원 확보를 위해 010통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2G 사용자 수는 전체 약 118만명으로 전체 통신회선 이용자의 약 1.7%에 불과하다. 여기서 9월 말 기준 01X 번호 사용자는 약 41만명으로 한시적 번호이동 대상자를 제외할 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0.6%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41만명의 01X 번호를 010으로 통합할 경우 총 4억 개의 통신번호 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나 01X 번호에 4억 개의 자원이 묶여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유한한 자원인 통신번호가 국내 통신 이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 점점 소진돼가고 있다”며 “앞으로 AI, 자율주행차 등에도 통신번호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번호 자원 확보를 위해서 01X의 010통합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통신번호는 국가의 자원으로 개인이 국가에서 임대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국가가 번호를 회수하거나 법적으로 임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는 지난달 30일 010통합반대운동본부가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이동전화 번호이동’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01X 번호 그대로 3G, LTE, 5G 서비스로의 번호이동을 허용해달라’는 주장은 이동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자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13일 번호이동 청구소송 1심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010통합본부 관계자는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이 높겠지만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고 싶다”라며 민사소송과 헌법소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01X번호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국가 통신자원 확보에 나선 정부가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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