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계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사진 가장 오른쪽)과 김삼화 의원이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계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사진 가장 오른쪽)과 김삼화 의원이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30일 '정치적 탈당'을 선언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손학규 대표와 마찰 끝에 탈당한 지 하루 만이다. 이들은 지도부에 출당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결국 당적을 유지한 채 의원 신분으로 '안철수 신당'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부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의 과거 행적과 맞물리면서 바른미래당의 '잔혹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정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계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탈당하면) 정치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우선 정치적으로 탈당한 것"이라며 "의원 신분을 유지하며 (안 전 대표의)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면 그 이후 우리가 탈당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과 비례대표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까지 7명이다.

이 권한대행은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는 안 전 대표 생각을 7명 현역 의원들은 따르기로 했다. 우리 7명은 똘똘 뭉쳐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당 시절 손 대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세력이 함께 하겠다는데 제명해주는 것이 예의"라며 손 대표에게 출당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신용현 의원도 손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 당시 비례대표 의원을 뽑아주셨던 국민들의 민의가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 의원들의 길을 열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비례대표는 당 차원의 출당 조처 없이 비례 의원 스스로 탈당할 경우 의원 직을 잃는 만큼, 이들은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탈당'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다른 당 활동을 하는 비례대표 장정숙 대안신당 원내대표·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등의 행위를 사실상 답습하겠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장정숙·박주현 의원도 과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 반발하며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출당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아직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각 당에 흩어져 중책을 맡고 있다.

따라서 앞서 '타향살이'를 시작한 장정숙·박주현 의원에 안철수계 권은희 의원과 비례대표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까지 포함하면 바른미래당 전체 의석(20석) 절반에 달하는 9명 의원이 당의 '껍데기'만 쓰고 있는 격이 됐다.

다만 안철수계 비례대표들의 출당 요구는 정치적 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당권파와 호남계 의원들은 이미 '비례대표 출당 불가'로 의견 일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권파·호남계는 '비례대표 출당은 없다'는 확고한 의견을 모았다"며 "우리는 안철수 신당에도 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안철수계의 출당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해 유승민계가 탈당하는 과정과 똑같은 상황 아닌가"라며 "당의 슬픈 현실에 대해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 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호남 중진의원들이 중재를 하기도 전에 안 전 대표가 탈당했기 때문에 의총을 열어도 출당이 성사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탈당'은 이미 유승민계와 변혁 모임 할 때 한 것 아니냐"며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구성원들을 설득,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출당 노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계 김수민 의원은 통화에서 "비례대표는 정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담아내는 인물들로 구성되는데, 안 전 대표가 과거 국민의당을 만들 때 기치나 지향점이 이제는 소멸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를 시작한 의원들은 창당 정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정당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둘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상황이 이렇게 돼버렸으니, 개개인별로 정치적 입장을 정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를 출당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출당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정치는 협의의 산물이니, 계속 (의원들을) 설득하면서 그 모양(출당)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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