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부회장이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OCI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여가자 내려진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이우현 부회장이 애착을 보여왔던 사업인 만큼 이번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중국 저가 공세에 사업 철수… 군산공장 생산 중단  

OCI는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군산공장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 소식을 알렸다. OCI 측은 “설비보완과 사업 환경 악화에 따른 설비 가동 규모 축소를 위한 조치”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은 오는 20일부터다. OCI 측은 군산공장의 생산라인 3개 중 2개를 중단하고 나머지 한 곳은 설비를 보완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OCI 측은 “일부 생산라인(P1·총생산규모의 약 15% 규모)는 설비 보완을 거친 뒤, 5월 1일부터 생산 재개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생산라인(P2, P3)은 재가동하게 될 경우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다. OCI 국내 군산공장과 해외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왔다. 그런데 국내 생산을 완전히 접기로 한 것이다. 이는 수익성이 악화돼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공급 과잉 상황까지 지속되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7.1달러에 그치고 있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이 ㎏당 13~14달러로 평가되는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OCI는 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이는 실적 악화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OCI는 지난해 1,80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줄고 당기순손실은 8,093억원에 달했다. 이에 결국 OCI는 국내 사업 철수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현 국내 제조 원가로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폴리실리콘 생산은 높은 전기료 때문에 원가가 높은 편이다. 전기요금은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다.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는 현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값싼 전기료를 통해 생산 가격을 대폭 낮췄다. 결국 이들과의 결정에서 OCI는 백기투항을 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손실을 냈던 사업 정리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산업계에선 국내 태양광 소재 산업의 존폐 위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OCI는 뿐만 아니라, 한화솔루션도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OCI로선 이번 결정까지 상당한 고뇌를 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OCI는 이우현 부회자의 지휘 아래, 태양광 소재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 부회장은 해당 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던 바 있다. 하지만 쌓여가는 적자는 감당키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부진한 사업 정리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OCI은 지난해 4분기 폴리실리콘 국내 공장 관련 손상차손이 반영됐고 판가 하락 및 재고 손실도 잇따라 대규모 적자를 냈다”면서 “올해부터는 자산상각에 따른 감가상각비 축소 및 말레이시아 공장의 원가 절감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OCI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대신 고수익 제품인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판매를 올해 1,000t에서 2022년 5,000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이후부터 영업이익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픈 손가락’을 도려낸 OCI가 올해는 적자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