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당(가칭)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며 웃음 짓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당(가칭)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며 웃음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18일 의원총회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 9명에 대한 제명을 의결하면서 사실상 원외 정당 수순을 밟게 됐다. 손 대표는 의원들의 ‘셀프 제명’에 반대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맡겨 진흙탕 싸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은 2018년 2월 창당하며 30석으로 출발, 원내 3당이자 국회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로 내홍을 겪으면서 8석까지 줄어들었다. 추가 탈당까지 고려하면 1년새 고사(枯死) 직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는 전체 17명 의원 중 13명이 참석했다. 이 중 비례대표 9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임재훈·이동섭·이상돈·이태규·최도자)이 만장일치로 제명됐다.

지역구 의원들의 줄탈당도 예정됐다. 권은희 의원은 조만간 탈당해 안철수계 비례대표들과 안철수 전 대표가 차린 국민의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3당 합당도 지체되면서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의 탈당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승용 의원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지역구 의원도 당을 떠나는 입장에서 비례대표 의원들만 (당에) 남겨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의총에 불참한 비례대표 박주현·박선숙·장정숙·채이배 의원은 우선 당에 남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타 당에서 활동하는 박주현(민주평화당)·장정숙(대안신당) 의원과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 의원, 손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불화를 지켜보며 정책위의장 직을 내려놓은 채이배 의원 모두 바른미래당에 큰 미련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의 ‘집안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원들의 셀프 제명을 놓고 법적 다툼까지 벌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손 대표 측은 의원들의 셀프 제명 사건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 제명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황한웅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한 서면 질의를 위해 이날 선관위를 방문했다.

황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바른미래당 당헌당규는 정당법 33조에 따라 윤리위원회 제명 징계와 의총 3분의 2 찬성 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 그렇게 했겠지만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점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법 소지가 확인되면 법적 대응도 고려할 것”고 덧붙였다.

결국 손 대표가 분명한 거취 표명을 하고 3당 합당 합의문을 추인하지 않는 한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손 대표는 신당에서도 대표 직을 유지한 채 미래세대 통합을 마무리하고 물러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손 대표가 말하는 미래세대의 실체나 통합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현 지도부의 시한부 사퇴를 전제한 3당 통합추진체 역시 “3당 합당과 대표 거취는 관계가 없다”는 손 대표와 점접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제명된 한 비례대표 의원은 통화에서 “손 대표가 깔끔하게 통합 선언하면 되는데 속을 모르겠다”며 “다 죽게 생겼는데 총선까지 대표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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