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를 공천하는, 사실상 비례정당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는 이를 실용·중도정치의 길을 가면서도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희생적 결단’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최하위권인 국민의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측근들의 이탈이 가속화되자 안 대표가 ‘비례정당’이라는 고육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지역 선거구는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당투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반드시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 달라”며 “오늘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수연대는 없다”고 공언해온 안 대표가 결국 반문(反文)을 전제로, 미래통합당과 사실상 ‘야권 선거연대’를 택한 것이다. 안 대표가 총선에서 정권 심판 의지를 밝힌 만큼, 국민의당이 지역구를 포기하면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 간 1대1 구도가 된다.

안 대표의 ‘희생적 결단’은 과거에도 있었다. 안 대표는 지난 2011년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직을 사실상 양보했고,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했다.

특히 당시 서울시민에게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박 상임이사는 ‘출마만 하면 당선된다'는 평가를 받은 안 대표의 양보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 내리 3선을 쓸어담고 현재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안 대표의 ‘희생’ 내지 ‘양보’는 과거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정계 복귀 후 야심차게 국민의당을 창당했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4년 전 국민의당 창당 시절 일으킨 돌풍을 감안하면 지금은 미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안철수계 일부 의원과 원외 측근들도 통합당을 택해 줄줄이 떠나는 상황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2%로 나타났다.

이는 경쟁 정당인 더불어민주당(36%), 미래통합당(22%)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6%)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같은 상황에서 안 대표가 내린 ‘비례정당화(化)’ 결단은, 희생이나 양보의 차원을 넘어 고사(枯死)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과거 국민의당 당시 안 대표를 보좌했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지금 국민의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분들 중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안 대표가 미국에서 복귀하자마자 비례정당을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 대표가 비례정당을 해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결국 보수표를 받아가겠다는 말”이라며 “때문에 안 대표의 결단은 보수연대를 한다고 하든 안 한다고 하든 통합당과 연대를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을 비례정당으로 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만큼, 당초 불출마를 선언했던 안 대표가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의 간판인 안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서면 사활을 건 정당득표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당득표를 위해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국민의당의 어떤 인물도 안 대표보다 많은 표를 끌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례정당’이 된 국민의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코로나 정국’에서 군소정당은 언론 조명도 잘 안 되고, 비례대표도 지역구 후보가 뛰어 줘야 홍보가 되는데 불가능한 상황 아닌가”라며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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