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30 04:40
무소속 출마자들, 이색 슬로건으로 기호 알리기
무소속 출마자들, 이색 슬로건으로 기호 알리기
  • 정호영 기자
  • 승인 2020.03.3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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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에 출마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대구 수성을)가 지난 2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등록 신청서 제출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4.15총선에 출마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대구 수성을)가 지난 2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등록 신청서 제출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15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줄곧 원내 정당에 속해 있었지만 정치적 상황으로 무소속 출마를 결행해 ‘끝번호’를 받은 유명 후보자들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는 대구 수성을에서 기호 8번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홍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과의 날 선 신경전 끝에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8일 대구 수성을 선거구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늘 1번 아니면 2번으로 출마했는데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덕분에 8번이 됐다”고 적었다. 통합당에서는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가 공천을 받았다. 이 전 부지사는 기호 2번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각 정당은 원내 5석 이상 지역구 의석을 보유하거나 직전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얻었을 경우 ‘전국통일기호’를 부여받는다. 해당 기준을 충족한 각 정당은 의석 수에 따라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진다.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출마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무소속이 되면서 힘든 점은 묻지마 2번 투표층”이라며 “그 분들께 ‘인물비교 투표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작업”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8번을 찍으면 팔자를 고친다”는 이색 구호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사표를 낸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통합당 공관위로부터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탈당하고 무소속이 됐다. 김 전 지사가 받은 기호는 10번이다. 2번은 강석진 통합당 의원이 꿰찼다.

김 전 지사는 “김태호 기호는 10번,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선거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4선을 노리는 민병두 의원도 더불어민주당 공관위로부터 컷오프 당하고 탈당했다. 기호 9번을 받은 그는 “민병두를 9(구)하라, 민병두를 구하자. 동대문구를 9하라”라는 구호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민 의원은 기호 1번을 받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장과 자신의 지역구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김성식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관악구갑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성식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관악구갑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지난달 바른미래당(민생당 전신)을 탈당한 김성식 무소속 의원은 현 지역구인 서울 관악갑에서 무소속 3선에 도전한다. 그는 공천 배제로 인한 탈당이 아니라 지속적 내홍을 거듭하는 당 지도부에 환멸을 느껴 나간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손학규) 당 대표는 비상한 전환점을 만드는 대신 파국 인사로 쐐기를 박았다. 힘을 합치고 당을 바로 세우려는 시도들은 무력했고 저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글을 남겼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 기호 3번으로 출마했던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10번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27일) 기호 10번을 배정받았다. 투표용지 맨 끝, 눈에 띄는 10번이다. 주민들도 좋은 기호라 한다”며 “무소속의 길은 손쉬운 꽃길보다 험난하지만 옳은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상위 기호로 선거를 치러온 이들은 당내 공천 갈등·정치적 문제 등을 겪는 과정에서 광야로 나왔다. 이들은 무소속 출마를 결정하면서 상위 기호는 물론 기존 정당 조력도 받을 수 없지만, 무소속으로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무소속 출마자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 정도 전국적 네임밸류를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라며 “기호 8번이든 무소속이든 홍준표 정도 되면 다 알아보지 않겠나. 인지도는 물론 당선에도 자신이 있어야 무소속 출마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주호영 의원이 무소속 출마해서 당선된 것이 이번에 통합당에서 (주 의원을) 컷오프하지 못한 이유라고 본다”며 “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당선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당선된다면 얻는 건 크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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