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87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5월 1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87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정대협 후신)와 이곳에서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보수와 진보의 격한 갈등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의 분열까지 초래했던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을 짚으며 수요시위 불참을 선언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정의연과 윤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은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의연 회계 투명성 논란과 함께 윤 당선자가 정의연의 기부금을 딸의 유학 비용으로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윤 당선자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교부로부터 사전 설명을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윤 당선자가 정의연 이사장 재직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정의연 법인 계좌가 아닌 본인의 개인 계좌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 등도 불거졌다.

잇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은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대여 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두 갈래의 엇갈린 대응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조국 사태’를 놓고 진보 진영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측과 냉혹한 비판을 가했던 측으로 분열됐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정의연과 윤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을 ‘친일 프레임’ 카드를 꺼내들어 방어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대의를 위해서라도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와 회계 투명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강창일·김상희·남인순·홍익표 등 민주당 의원과 당선인 16명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향한 공격은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며 “피해자와 윤 당선인 간의 이간질을 멈추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전심전력해온 단체와 개인의 삶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수가 숨죽여 침묵할 때 일본 제국주의의 성노예 범죄를 세계에 알리는데 평생을 바친 한 사람(윤미향)의 인생과 역사적 성과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며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최후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그동안 주요 현안에서 소신 발언을 해왔던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사적인 인권운동인 지난 30년간의 위안부 인권운동의 진정성은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정의연의 회계 처리와 관련한 문제는 정의연의 그동안 헌신과 성과와는 분리해서 살펴봐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피해 할머니에 의하여 회계 처리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자께서는 기부 금품 등의 사용 내역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기부 금품 등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관련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위안부 인권 운동에 더 많은 추진력이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회계 처리 문제는 깨끗하게, 투명하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당선자께서 법인 활동과 관련해서 개인 계좌를 통해서 기부금을 받았다”며 “이거는 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되고 이후로도 깊은 강도의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친여 성향인 공지영 작가는 지난 11일 정의연의 해명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회견 일부를 영상으로 봤다. 불쾌했다. 억울하면 긴말 필요없이 내역 공개하면 되는 일이고, 할머니께 사과한다고 했지만 떼로 나와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며 분노 표출하는 태도가 옳은가? 자신들의 ‘30년간 열악한 환경’을 주장하는데 그 30년은 진정 누구를 위한 활동이었는지 묻고 싶다”는 글을 리트윗하며 비판에 동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정의연과 윤 당선자의 그동안의 활동을 폄훼해서는 안되지만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관련 의혹을 ‘친일 공세’로 규정,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가서는 안되고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와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 통화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요구했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대목, 투명성을 스스로 공개해야 문제가 풀린다”며 “그렇지 않고 질질 끌고 친일 공세라고 규정하고 가버리면 정의연과 윤 당선자의 주장을 절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마저도 이 문제를 또 제2의 조국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일 정의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할머님께 원치 않는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도 “기부수입 중 41%를 피해자 지원에 썼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정의연은 회계 투명성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실무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세부내역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세상 어느 NGO(비영리단체)가 활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면서 “왜 이 기준을 기업들에는 적용하지 않는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연 활동과 회계 활동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은 할머니들의 지장이 찍힌 채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6개월 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며 “나에 대한 공격은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행정안전부는 정의연 측에 22일까지 기부금품 모금 및 사용 내역을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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