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와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도입하는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와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도입하는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질병관리청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무늬만 승격’이라는 비판을 받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관계부처가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질본을 청으로 승격시키면서 감염병 대응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주 내용은 ▲복지부 소속 기관인 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 ▲복지부 보건 차관직 신설 ▲권역별 질병대응센터 설치 ▲국립보건연구원 내 감염병연구센터를 연구소로 확대 등이다.

논란은 감염병 연구의 핵심 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산하로 옮긴다는 부분에서 터졌다. 이같은 이관 방안은 국립보건연구원이 감염병 연구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의 연구를 담당하는 곳으로, 범정부적인 협조 체계가 필요한 연구 업무를 고려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은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함인데, 연구소를 산하에 두지 않으면 전문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전문가들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질본 안에 연구소 형태로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쪼개서 복지부로 가져가고, 감염병연구소도 (복지부로) 따라가면 질병관리청이 됐을 때 연구 기능이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고 하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은 질본에서 감염병 대응, 만성병 대응을 할 때 바로 필요한 연구들을 수행해줬고, 그런 부분(감염병·만성병 대응)에 있어서 국가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영향을 끼쳤던 기관”이라며 “그런 조직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질본 내에 연구조직을 따로 구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국립보건연구원을 대체할 만한 조직이 그것만한 조직으로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질병관리청이 되더라도 연구 기능이 축소되면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이라든지, 감염병 대응 때 급하게 수행했던 여러 가지 바이러스 대항이라든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검사에 있어서는 상당히 뒤쳐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지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행정관료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원을 이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 교수는 앞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인가”라며 “질본의 국장과 과장 자리에 복지부의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하여 행시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시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편안에 따르면, 질본의 장기이식·혈액·인체조직 관리업무도 복지부로 넘어간다. 의료기관의 감염병 손실 보상 등 보건의료체계와 관련 있는 기능도 복지부로 이관된다. 이관 작업이 끝나면 질병관리청의 정원은 907명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줄어든다. 행안부는 추후 증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기능은 복지부가 다 가져가 ‘무늬만 승격’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이번 논란이 ‘전형적인 관료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있다. 그간 질본 승격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복지부에서는 효율성과 연계성 문제를 들며 반대해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요성이 높아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지만, 정작 중요한 기능은 빼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의미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나서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를 알렸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 산하에 둬 방역과 감염병 연구를 함께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보건의료 기술개발 등 보건의료 전반을 연구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한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겨두는 방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보건의료 사업을 총괄하는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으로 이전한 국립보건연구원의 업무 연계 문제와 연구원의 보건의료 기술 개발 분야를 다루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연구원을 복지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계부처 간 논의를 다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행안부를 주축으로 복지부, 질본 3개 주체가 모여 어떻게 이관을 정리할지 충분히 논의하며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결정이 되면 다시 행안부에서 정식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