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 의원과 김부겸(오) 전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 의원과 김부겸(오) 전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당권 경쟁이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간의 2파전으로 확정되면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맞장 대결’은 ‘대선후보 전대 출마 불가론’을 설파하며 당권 의지를 보여왔던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뤄졌다.

당권 경쟁 구도가 대선주자들의 대결로 정리되면서 이번 전대는 사실상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게 됐다.

이낙연 의원은 오는 7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당권 경쟁자들로부터 당 대표가 되더라도 민주당의 ‘대선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내년 3월 중도 사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이 의원에게는 ‘7개월짜리 당대표’라는 회의론을 불식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리 출신인 자신이 당 대표를 맡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점을 부각해 당대표 출마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출마 배경에 대해 “국가적 위기에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또 초유의 거대 여당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그 두 가지가 기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남 출신인 이 의원은 영남 지역 기반을 다지기 위해 ‘친노‧친문’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철 전 수석이 대구경북 지역을, 부산 친문 핵심인 최인호 의원이 부산‧경남을 맡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김부겸 전 의원은 오는 9일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당 대표 임기 2년 완수’를 내세워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전망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2년 임기를 완주하는 ‘책임지는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도 친노‧친문 표심을 겨냥해 최근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택수 전 대전 부시장에게 캠프 대변인을 맡겼다. 또 김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 ‘친문 표심 향배‧원외 대선주자 견제’ 등 변수

이번 전대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당원 5%로 이뤄진다.

전대가 2달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어대낙)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이번 전대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낙연 의원이 당권 획득에 성공하면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지와 김 전 의원이 ‘어대낙’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이 의원의 당권‧대권 독식을 막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이 ‘비문’ 성향인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친문 ‘부엉이 모임’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홍영표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친문의 분화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부엉이모임 소속 박광온·최인호 의원 등은 이낙연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친문’ 전재수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친문이 전당대회에서 집단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개인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불출마를 선택한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어떤 주자를 지원할 것인지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의원이 이번 전대에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이낙연 의원이 대선 1년 전 당 대표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이 의원의 후임 당대표 자리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들이 유력한 당권·대권주자인 이 의원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의원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두 의원 모두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원외 대선주자들의 물밑 움직임도 판세를 가를 변수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의 당권 획득을 저지하기 위해 김부겸 전 의원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세균 총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 총리가 ‘이낙연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당대표로 김 전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정세균-김부겸 동맹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호남 출신의 이낙연 의원과 영남 출신의 김부겸 의원 간의 ‘영호남 대결’이 펼쳐진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영남에서 고전했기 때문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영남 출신인 김 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영남 민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전대가 ‘대선 전초전’, ‘영호남 대결’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디까지나 당 대표를 뽑는 정기 전대”라며 “당내 분란을 부채질 하거나, 이간질 하는 건 자제해달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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