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6 18:51
[리뷰] 베일벗은 ‘시노앨리스’… 아쉬운 그로테스크
[리뷰] 베일벗은 ‘시노앨리스’… 아쉬운 그로테스크
  • 송가영 기자
  • 승인 2020.07.1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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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앨리스에서는 무작위로 선정된 이용자 4명과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이용자 1명 총 5명이 전투를 벌인다. 맞은편에 있는 몹 '나이트메어'를 무찌르고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된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시노앨리스에서는 무작위로 선정된 이용자 4명과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이용자 1명 총 5명이 전투를 벌인다. 맞은편에 있는 몹 '나이트메어'를 무찌르고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된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지난해부터 출시 소식을 알려왔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RPG) ‘시노앨리스’가 지속적인 이용자들의 호응 속에 올해 7월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시노앨리스는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와 포케라보가 개발한 다크 판타지 RPG로 현지에서 지난 2017년 출시돼 꾸준한 인기 속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이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흔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작가를 되살린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당초 이 게임은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을 예정이었다.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서비스 일정까지 발표했지만 출시 직전 ‘현지화 작업 부족’을 이유로 해를 넘기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결국 서비스를 포기했다.

그러면서 출시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포케라보가 직접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게임 출시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 지난 1일 정식으로 출시됐다. 시노앨리스는 구글플레이 기준 인기 순위 60위, 매출 순위 82위에 올랐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니크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이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일러스트 등이 연일 화재가 될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기 게임인 만큼 직접 플레이해봤다.

이 게임의 핵심은 스토리이지만 우선 전투 방식, 그래픽, 가챠(뽑기) 등 게임 전반적인 요소들을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시노앨리스는 세로 모드형 좌우 횡스크롤 전투 방식을 지원한다. 이용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에 무기를 배치하고 전투를 시작, 전투에서 등장하는 ‘나이트메어’의 속성을 고려해 무기를 스킬로 활용해 처치하면 된다.

무기는 전방무기와 후방무기로 나눠지며 이용자들이 원하는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어렵다면 최강 조합으로 배치할수록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일반적으로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로 팀을 꾸려 전투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이용자 4명이 무작위로 배치되고 직접 게임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용자까지 총 5명이 전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게임 진행 속도가 상당히 답답하다. 전투 속도를 올리는 옵션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스킬로 사용되는 무기를 터치하고 공격까지 이뤄지는 과정이 무려 1초 이상 소요된다. 터치와 동시에 공격이 전개되지 않는다. 

1초가 얼마나 길겠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RPG 게임을 플레이해본 이용자들이라면 1초의 전투 딜레이가 얼마나 답답한 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턴제 전투가 아니고 무기 사용 쿨타임이 찰 때 공격이 가능한 방식이라 다른 추가 공격도 전혀 들어가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급기야 공격 타이밍을 놓치면 전투에 기여하지 못해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스토리 초반에는 전투에 참여하는 5명의 전투력이 나이트메어보다 상당히 높아 한번 이상 공격을 넣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각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무기, 전투 시 보여지는 인게임 캐릭터들의 그래픽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무기의 경우 등급이 높을수록 디테일이 좋은데 전투시에도 디테일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 눈에 띈다.

일러스트의 경우 한 캐릭터에서 나오는 종류가 다양해 모으는 재미와 함께 화려한 의상과 디테일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아쉬운 점은 ‘백그라운드’다. 캐릭터마다 스토리를 전개할 때 달라지는 배경과 뽑기시 등장하는 커튼과 무대, 라이브러리 등 게임의 백그라운드로 작용하는 부분들은 깨지거나 해상도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나이트메어 그래픽 퀄리티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차피 물리칠 몹에 불과하지만 인게임 캐릭터들과 동떨어진 촌스러운 3D 그래픽에 처치 이후의 그래픽도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그래픽 인력을 오로지 캐릭터와 일러스트에만 들이부은 모양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스니키와 스푸키가 등장, 첫 가챠(뽑기)를 시작한다(왼쪽). SR 등급의 무기를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하지만 뽑기 확률상으로는 A 또는 S등급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스니키와 스푸키가 등장, 첫 가챠(뽑기)를 시작한다(왼쪽). SR 등급의 무기를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하지만 뽑기 확률상으로는 A 또는 S등급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까다로운 한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만큼 포케라보는 리세마라, 뽑기 등에 공을 들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게임 시작과 동시에 접하는 뽑기에서부터 다소 실망스러웠다.

시노앨리스는 사실상 ‘무기빨’ 게임이다. 다른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 뽑기’가 아니라 ‘무기 뽑기’를 한다. 특정 무기를 뽑으면 그 무기를 사용하는 대표 캐릭터를 자동으로 획득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뽑기 시스템 자체가 무기에 중심을 두고 있다 보니 최고 등급인 SR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수록 전투를 하는데 유리하다. 문제는 무한 리세마라가 가능한 첫 뽑기부터가 확률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나왔던 SR 무기의 ‘앨리스’와 ‘신데렐라’가 동시에 나오는 경우, S급의 ‘그레텔’과 SR 무기가 중복돼 나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SR등급 한 개만 나와도 좋지만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면 다른 SR급 무기가 하나 정도는 더 나와야 한다.

그러나 앨리스, 신데렐라, 그레텔 중 하나가 나오면 SR등급 무기는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리세마라를 하면서 레어북이 6~7개가 나온 적도 많았지만 전부 S등급으로만 무기가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리세마라를 계속했던 적도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제공되는 ‘마정석’으로도 뽑기가 가능하다. 마정석으로 뽑는 확률은 더욱 안좋다. 첫 뽑기에서 몇 번 돌리면 가볍게 나왔던 6~7개의 레어북은 1~2까지 감소했고 S등급 무기가 주로 등장한다. 이 부분이 걸린다면 다시 한번 리세마라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기를 중심으로 게임이 운영되다보니 과금없이 오랜기간 플레이하기 어려워 보인다. 높은 등급의 무기를 얻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RPG에서 캐릭터의 등급을 올리듯 무기의 등급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화 무기 아이템이 필요하고 사용하는 캐릭터와 무기가 늘어날수록 강화 아이템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 게임은 파밍 시스템 자체가 없어서 일일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앞에도 언급했듯 진행자체가 느려 일반적인 RPG에서 파밍하는 수준의 아이템을 얻으려면 하루종일 게임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과금이다. 그러나 현지에서도 시노앨리스의 과금 모델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선뜻 과금을 하라고 추천하기 어렵다.

시노앨리스는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등급을 받았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모자이크된 대사를 제외하고 나면 잔인하거나 그로테스크하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단 한곳도 없음에도 말이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시노앨리스는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등급을 받았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모자이크된 대사를 제외하고 나면 잔인하거나 그로테스크하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단 한 곳도 없음에도 말이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시노앨리스는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요코오 타로 디렉터만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게임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 동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인어공주 △피노키오 △헨젤과 그레텔 등이다.

그리고 이 동화 속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이미 세상에 없는 작가를 되살린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살인도 불사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적인 스토리다.

이 게임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인 이유는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설정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의 살인을 합리화하는 내용이 중심이고 이들의 살인을 부추기는 존재 ‘스니키’, ‘스푸키’가 등장한다.

주인공을 만든 작가의 부활을 돕는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지만 그 속내는 알려진 바 없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중간에 주인공들이 살인의 이유에 의문을 갖고 목적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때 등장해 살인을 지속적으로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게임에서 현재까지 등장한 주인공은 앨리스, 백설공주, 신데렐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빨간모자, 카구야 공주, 피노키오다. 이들 중 가장 무난한 캐릭터 설정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앨리스, 백설공주, 신데렐라, 피노키오 뿐이다. 

빨간모자는 자신이 끊임없는 살인을 위해 작가를 되살리고 작가조차도 죽이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영원한 잠에 빠지기 위해 작가를 되살려 엔딩을 바꾸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레텔은 헨젤의 머리를 우리에 넣고 다니며 작가를 되살려 헨젤을 다시 먹어치우겠다는 목표로 살인을 한다.

이들 캐릭터의 설정을 하나하나 언급하지 못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주인공들의 설정까지 보면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넥슨이 서비스를 하기엔 상당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설정을 해놓고 수위 조절도 완벽하게 실패했다. 나이트메어와 전투를 하는 장면이 잔인하거나 각 캐릭터들의 목표를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시네마틱 영상이라도 있다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시네마틱 영상도, 난자하는 피의 형태도, 잔인하다 싶은 어떤 요소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국내로 넘어오면서 번역을 수정한 것인지 잔인하다 느껴지는 주인공들의 대사마저도 특수문자 처리됐고 각 주인공들의 구체적인 설정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 불친절함까지 더해졌다.

시노앨리스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마니악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호불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이용자들이라면 시노앨리스 플레이는 포기하는게 좋겠다.

시노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만 보고 있어도 좋다. 그정도로 화려하고 잘 나왔다. 반면 번역, 시네마틱 영상 등 일부 그래픽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진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시노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만 보고 있어도 좋다. 그정도로 화려하고 잘 나왔다. 반면 번역, 시네마틱 영상 등 일부 그래픽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진다. 사진은 기자가 시노앨리스를 직접 플레이하면 캡처한 사진. /송가영 기자

시노앨리스의 출시를 기다린 이유는 오로지 일러스트와 자세한 캐릭터 설정을 뺀 표면적인 스토리 라인 등 독특한 IP를 활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있어 불친절하다. 번역이 제대로 패치되지 않았고 아무런 스토리 설명없이 ‘살인’, ‘목표’, ‘작가’, ‘정의’, ‘희생’, ‘선택’, ‘감내’, ‘속박’ 등 의미가 있나 싶은 단어들이 흩날리듯 나타나면서 가독성도 크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결국 캐릭터 설정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설정을 몰라도 게임 자체를 플레이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시노앨리스는 스토리가 8할을 차지한다. 이 게임의 재미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면 구체적인 설정과 배경을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장 큰 콘텐츠는 이용자들간 대전을 벌이는 길드 콘텐츠 ‘콜로세움’ 뿐이고 대부분이 캐릭터들과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이벤트 전투와 메인 스토리 전투로만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래픽도 일러스트를 제외하고는 볼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데 콘텐츠를 진행하는 중간에 가끔씩 등장하는 짤막한 시네마틱 영상 조차도 성의없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번역할 여유조차 없었는지 일본어는 그대로 사용하고 바로 밑에 번역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재생되는데 화질도 깨끗하지 못할뿐더러 번역도 가독성이 떨어져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파악이 어렵다.

시노앨리스는 일본 특유의 세계관과 분위기, 독특한 스토리, 화려한 일러스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등 게임 외적인 부분에 무게를 두는 이용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다. 반면 빠른 속도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다양한 콘텐츠, 파밍 시스템, 자동전투, 그래픽 퀄리티, 게임 운영 전반 등에 무게를 두는 이용자들이라면 맞지 않을 수 있다.

넥슨이 시노앨리스와 작별을 고한 이유를 단 10분 만에 간파할 수 있다. 아직 국내 서비스에서 선보일 콘텐츠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