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불확실성 너무 크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 7개월 전 세간의 관심을 끌며 시작된 양사의 인수합병(M&A)은 결국 무산됐고, 이스타항공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제주항공은 23일, 공시를 통해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기체결한 SPA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제주항공 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양사의 MOU 체결은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인수합병 리스크가 크다는 입장과 함께 인수포기를 선언해 국내 항공사간 첫 M&A는 무산됐다. 제주항공 입장만 놓고보면 이번 결정이 최선으로 보이나, 국내 항공업계 재편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또 제주항공의 이번 결정으로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며,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어 보인다.

◇ 임금체불 해결도 못해… 계약파기 등 책임소재 두고 의견 차, 법정공방 수순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은 그간 지급하지 못한 임금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그간 체불한 임금은 약 25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 측은 체불 임금의 일부와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800억~1,000억원 가량의 미지급금에 대해선 제주항공이 책임져야 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이 전 노선 운항정지와 희망퇴직을 종용했고 그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주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전 임직원들의 임금을 40%만 지급하는 등 자금난을 호소했다. 당시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최소한의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연말정산 정산금을 포함한 나머지 미지급 급여 60%는 빠른 시일 내에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 회사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3월 20일 ‘셧다운’을 발표했다. 전 노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것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했던 최 사장의 말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수익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이스타항공은 결국 전 임직원들에게 3월 급여도 지급하지 못했다. 임금체불은 4월, 5월, 6월까지 계속해서 이어졌으며, 회사와 직원들 간 갈등으로 번졌다.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측은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제주항공과 M&A가 성사될 시 인수대금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M&A 과정에서 양사의 입장차가 발생하면서 제자리에 맴돌았다.

그러자 이스타항공 측은 셧다운 이후 임금체불 건에 대해선 제주항공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주장했고, M&A를 서둘러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결국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현 AK홀딩스 사장)의 전화통화 내용 및 녹취록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전화통화 내용 중에는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이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에게 셧다운을 제안하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이 같은 행동에 유감을 표하며 사장간의 통화내용은 앞뒤가 잘린 채 내용이 중간부터 담겼다면서, 제주항공이 선제적으로 이스타항공에 셧다운을 종용하지는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양사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이 과정에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임직원들의 임금체불건과 유류비 등 미지급금 1,000억원을 해결해야 인수계약이 마무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인수자인 제주항공에 있다고 맞서왔다.

양사는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했고, M&A의 키를 쥐고 있던 제주항공은 결국 인수포기를 발표했다.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향후 양측은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녹취록과 회의 자료 외에도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 등을 강요한 증거를 여러 개 확보한 상태”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