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명을 재가하면서, 이 장관의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됐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다음날 이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졌다. 미래통합당이 반대했지만 상임위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거대 여당 의석에 힘입어 임명 절차는 다소 평탄했지만, 이 장관 앞에는 남북관계 회복 등 거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

청와대는 지난 3일 이 장관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현장과 의정활동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남북간 신뢰회복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등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이 장관은 민주당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장,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통일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전·후반기 모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이 장관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을 결성해 초대 의장을 맡은 학생운동 출신 정치인의 대표격이며, 민주당 내 핵심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리더로 20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실세기도 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관료, 학자 출신 장관의 한계를 벗어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대북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인식에서 이 장관을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와 함께 임명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장관이 당초 예상보다 임명이 빨라진 것은 북한이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탈북자가 재입북했다고 밝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통일부, 남북관계 중심 역할 가능할까

이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쯤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며 임명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담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며 “통일부가 전략적 행보를 하고 아주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서 남북의 시간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취임 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대화를 복원하고 인도적인 협력은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만들어 그간 남북이 약속하고 합의했던 것들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문회 당시에도 이 장관은 ‘경색된 남북관계 문제와 관련해 특사로 평양에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특사가 돼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백번이라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남북관계 자체에만 천착했던 과거 통일부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청문회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문제 해결을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해야 한다”면서도 “남북관계의 동력에 힘입어 북미관계도 진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남북관계 교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인 전망을 내면서도 남북 간 인도적 물품의 물물교환 등을 시작으로 교류를 재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간 한반도 정세는 북미관계 중심으로 흘러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로 북미대화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남북관계도 같이 멈춰있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이런 한계를 넘어 통일부가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일부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통일부는 국가정보원, 외교부, 국가안보실 등 외교안보부처 수장들 간 호흡이 중요한 부서다. 전임 김연철 장관 시절 통일부에 권한은 없이 책임만 지운다는 지적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 장관이 어떻게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또 북한이 지난 26일 내부 코로나19 확진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같은 행보가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의 책임을 우리 측에 지우려는 ‘액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만큼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장관은 코로나19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을 공동대응하기 위해 2018년 남북이 합의한 감염병 정보교환, 진단·예방·치료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