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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인사청문회] ‘사상 검증장’ 방불
[이인영 인사청문회] ‘사상 검증장’ 방불
  • 정호영 기자
  • 승인 2020.07.2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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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대북정책 관련 질의보다는 후보의 이념 및 사상 검증, 전향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대북관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자는 과거 친북성향 학생운동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바 있다.

◇ 태영호 “주체사상 신봉자" vs 이인영 “과장된 이야기”

통합당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이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한 것처럼 시작부터 칼자루를 휘둘렀다. 포문은 통합당 첫 질의자로 나선 태영호 의원이 열었다. 이 후보자가 1980년대 후반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내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경력을 거론하며 운을 뗐다.

태 의원은 “1980년대 북한에선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대단히 많다. 그리고 전대협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전대협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 의지를 다진다’고 가르쳤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거기서 충성 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며 “과장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태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이 후보자 삶의 궤적을 들여다봤는데 언제 어디서 사상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며 “저는 대한민국 귀순 후 첫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이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다, 더는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공개선언한 적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라며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이어 “사상전향을 묻는 것은 아무리 청문위원이라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후보자는 태 의원을 향해 “남쪽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태 의원이 북한 외교관 출신임을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북에선 사상전향이 강요되는지 모르지만 남쪽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다”며 “당시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도 사상검증 공방에 적극 가세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반미 혹은 우리민족끼리 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며 “이 후보자는 반미자주노선의 전대협 학생운동 리더였고, 대한민국 정부 국무위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자에게 (사상)검증을 위한 질문은 당연하다”고 했다.

박진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과거 학생운동 시절 투쟁과 혁명, 발언 등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도 “과거 이 후보가 김일성 주체사상파인 전대협 의장을 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 변호에 주력했다. 국회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통일부 장관 후보에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은 국회 모욕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사상 검증 이상의 전향을 운운하는 것은 후보자를 폄훼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 아들 군면제 진료기록 제출 요구에 “동의 어려워”

이 후보자 자녀 신상에 관한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근거가 된 진료기록 일체를 모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 아들은 지난 2013년 부정교합 7급으로 신검을 연기하고 반년 뒤 척추관절병증(강직성 척추염)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이 후보자의 경우도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 및 집시법 위반으로 병역이 면제돼 일각에서 ‘부자 면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와 관련해 “2013년 부정교합으로 6개월 뒤 재판정이 요구됐고, 6개월 후에는 척추관절병증이 발견돼 5급 판정 군면제를 받았다”며 “6개월 사이 갑자기 중증도 관절병을 (진단) 받은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개인 진료기록을 모두 제출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아버지 된 입장에서 동의하기 쉽지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2014년 1월 아들이 기흉이 왔고 수술 후 허리가 아프다고 해 신경외과로 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해보는 과정에서 발견됐다”며 “병무청에서 촬영한 CT는 남아 있어 그 부분과 관련된 제출을 요구한다면 동의하나 CT 외 다른 기록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석기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이 맥주상자를 들어올린 듯한 소셜미디어 캡쳐 장면을 공개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허리통증으로 군면제를 받았는데 어떻게 무거운 짐을 들어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이 후보자의 아들이) 수십 킬로그램의 맥주를 들고 있는 것을 봤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맥주가 수십 킬로가 된다는 것도 과하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맥주 한 박스를 가져다 놓고 수십 킬로가 되는지 확인해보자”고 울분을 표출했다.

한편,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요청안 제출 20일째가 되는 27일까지는 청문 절차를 끝내고 ‘적격’ 또는 ‘부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 없이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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