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뉴시스·AP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뉴시스·AP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치열했던 제59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미국이라는 국제적 지위 만큼이나 바이든 당선자의 대북정책, 외교정책, 코로나19 관련 정책 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경제 정책에도 큰 이목이 쏠린다. 특히 바이든 당선자는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관련 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배터리, 전기차 등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의 수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보호무역과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전략일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 바이든 정부, 친환경에 통 크게 쏜다

10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에 2조달러, 한화로 약 2,400조원을 풀 계획이다. 또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전기차 인프라 확충 계획도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 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행보를 이어왔다면 바이든 당선자는 그에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미국산 저공해 차량 300만대 이상의 구매를 유도하고, 전기차 공공 충전소 50만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친환경차 보조금과 생산 인센티브 또한 부여한다. 아울러 향후 5년간 태양광 패널 500만개, 풍력 발전용 터빈 6만개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의 수요가 늘어나 국내 기업의 친환경 관련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 및 친환경 분야 수요 확대 등 정책은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전기차 등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가는 이른바 바이든주로 여겨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뉴시스
배터리, 전기차 등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가는 이른바 바이든주로 여겨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뉴시스

◇ 수혜기업 기대감 ↑… 주가도 ‘쑥’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관련 사업을 적극 펼칠 예정인 만큼 이와 관련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기업의 기회의 장도 확대될 것이라는 시선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기업에 이목이 쏠린다. 이들 기업은 주식 시장 내 이른바 ‘바이든주’로 불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친환경 관련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 매출액은 2018년에서 3조6,228억원에서 지난해 6조1,503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100% 자회사 한화글로벌에셋을 통해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조지아에서 배터리 사업장을 운영 중인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3,482억원이던 배터리 매출액은 이듬해 6,903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고, 올 상반기 기준 6,270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LG화학 또한 전지사업 부문의 매출이 2018년 6조4,989억원에서 이듬해 8조3,502억원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 기준 5조839억원의 매출이 전지사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 대비 37%에 해당되는 수치다. LG화학은 현재 미국 미시간에서 전지사업 관련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 삼성SDI는 올 상반기 기준 휴대폰용, 자동차용 소형전지 등으로부터 전체 매출의 75% 가량이 발생하는 구조다.

주가 또한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종가기준 4만6,850원이던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5만2,200원으로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또한 3일 종가 기준 13만1,500원에서 9일 종가 기준 15만7,000원으로 올랐다.

이외에도 LG화학의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65만6,000원에서 9일 종가 기준 73만4,000원으로 올랐고, 삼성SDI의 주가도 3일 종가 기준 45만9,500원에서 9일 종가 기준 53만3,000원으로 상승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무역분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AP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무역분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AP

◇ 기대 속 우려도… “대비책 필요”

하지만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도 적잖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우선 정책 기조를 유지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친환경 사업의 확대 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 확보 정책과 맞물린다는 점과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는 점 또한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공정경제를 강조한다. 하지만 큰 틀 내에서는 미국 국익을 중심에 둔 전략을 앞세울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부터 이어온 미중 무역분쟁은 향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의 경우 미중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이든 당선자도 국익을 중심에 둔 대전략을 앞세워 중국과의 갈등 구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 확장이 국내 기업에 수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어 트럼프 정부와 대비해 보호무역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전체적인 환경 규제 강화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환경 부문 강조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도구로 전용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권보다 더 강화된 보호무역 태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 재가입 뿐 아니라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수입품에 대한 ‘탄소세’가 부과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이 벼랑 끝까지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또한 “대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주도의 신경제동맹 참여를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도 높은 환경, 노동자 권리보호 기준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