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합의했다 번복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화근이 됐다. 이 대표는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리더십’의 위기란 말도 새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송 대표와 만찬 자리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발표는 번복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을 우선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남는 재원을 전 국민 재난 지원금으로 돌리는 것을 검토하자는데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간 국민의힘이 재난지원금에 대해 보편적 지급이 아닌 선별적 지급을 당론으로 고수해 왔다는 점이 반발의 원인이다. 아무리 당 대표라고 해도 당론을 독단적으로 뒤집고 합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다.

당장 당내 인사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 몰랐다”며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직격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도 “당내 의견 수렴 없이 합의하는 월권행위를 자제하라”며 이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논란이 이어지다 보니 이 대표는 이날 해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선별 지원이 원래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래 대변인까지 배석하고 4인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얘기한 내용을 대변인들한테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며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설명이나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까지는 전달하기 어려웠던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작은 정부론′에 이어 이번 재난지원금 논란까지 불거지자 당내 중진들이 경고에 나섰다. /뉴시스

◇ ′자기 정치′ 몰입이 화근

하지만 이번 사안이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당권 경쟁서부터 이 대표의 거침없는 언행에 대해 우려가 터져 나왔던 만큼,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기존에 당의 입장하고 틀리거나 당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거나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염려했던 부분”이라며 “당 운영 경험이 없고 원내에도 있지 않고 하니까 걱정이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언급한 게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대표가 앞서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를 언급하며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당론’처럼 여겨질 수 있음에도 이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당 일각에선 여전히 ‘평론가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사실상 이 대표가 자기 정치에 과몰입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이번 당 대표는 정권교체를 하는데 감독과 심판의 역할,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2선에서 후보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자기 정치에 몰두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으로) 혼선을 빚었고 불명예스러운 별칭도 얻는 등 홍역을 세게 앓음으로 본인도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만큼 사실상 이 대표의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련의 사태로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대표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그간 실수에 대해) 사람들이 말을 안 했던 건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지 아무 문제가 없어서 말을 안 한 게 아니었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닫고 좀 더 신중하게 당내 소통을 통해서 책임감 있게 운영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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