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등 ′작은 정부론′ 입장을 연일 강조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작은 정부론’을 띄우고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물론 통일부까지도 ‘성과가 없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비판 하지만 물러섬이 없다. 대선을 앞둔 ‘이슈몰이’로 분석하고 있지만, 리스크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고 생긴 지 20년이 넘는 부처”라며 “그 특별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야권 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나온데 이어 통일부까지 폐지하자고 역설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그간의 사례들을 거론하며 폐지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다”며 “여가부는 인도네시아서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원 규모의 ODA사업 추진 등 부처 존립을 위해 특임부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 시신을 소각하는 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른바 ‘작은 정부론’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규정하고 본연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하자는 입장과 맞물려 주로 ′규제 완화′ 등을 강조한 보수진영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이같은 주장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여권에선 이를 고리로 이 대표를 겨누고 있다. ‘일베식 사고’는 물론, ‘분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민주당의 다양한 스피커들이 저렴한 언어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누가 좀 정상적인 대응으로 ‘큰 정부론’이나 ‘통일부 유용론’을 이야기해보라”고 맞섰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작은 정부론′이 사실상 대선을 앞두고 이슈몰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보여준 ′중도 확장성′과 맞지 않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시스

◇ 중도 확장성에 제동 걸리나

앞선 정부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지만, 다시 주장에 힘이 실리자 정치권의 논란도 점점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특히 메신저가 최근까지 돌풍의 주역이었던 젊은 당수라는 점에서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사실상 정치권에서는 대선 국면을 맞아 이슈몰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젠더이슈’와 ‘남북관계’ 등이 정부‧여당의 상처로 남은 상황에서, 보수의 가치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정부의 ‘실책’을 겨눌 수 있는 묘수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앞서 부처 폐지를 주장하며 “작은 정부론은 앞으로 보수진영 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주요하게 다뤄질 과제”라고 언급한 것도 이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리스크 조짐도 있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여성 지지율은 전주(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에 비해 2.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여성 지지율이 5.1%p 상승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원인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페이스북에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논쟁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확대 해석돼 오인을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적절치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당장은 선거를 앞둔 행보라지만, 사실상 이 대표가 보여준 ‘중도 확장성’과 상충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줬던 것은 중도 지향적인데 최근 언행은 낡은 방식”이라며 “의미가 없다고 여가부, 통일부를 폐지하라는 건 미래 지향적이지도 않고, 미래 정치를 위해서도 두고두고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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