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p 패배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를 경우, 국민의힘이 5%p 차이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낙관론’을 경계하고 20·30세대의 지지율을 끌어 와야 한다는 설명이지만, 이 대표가 다시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관훈토론에서 언급했던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로 불가역적인 정치개혁을 완성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떨쳐내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국민을 바라보며 당의 노선을 정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줄곧 당의 개혁이 선행돼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생각이 함축된 것이 ‘5%p 패배론’이다. 이 대표는 이날 대선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제 투표율 데이터, 지지율 데이터를 곱해서 분석해보면 (민주당과) 아주 박빙 수준이거나 (국민의힘이) 최대 5%p 지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5%p 패배론′을 언급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는 “실제로 내일 선거라고 한다면 투표율을 놓고 볼 때 결코 이기지 못하는 정당 지지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에도 지역 방문 과정에서 이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 2030세대 앞세워 ′주도권 잡기′ 포석?

그가 이러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당 대표로서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속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낙관은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이 심각하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패배론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그가 ‘패배론’을 띄울 당시에도 비판은 새어 나왔다. 윤석열 캠프 인재영입위원장인 김영환 전 의원은 당시 “근거 없는 자만도 불필요한 자학도 모두 병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큰 실수”라며 “지금서부터 패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과연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선 주자들도 이 대표의 주장에 공감하는 눈치는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날(16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 TV 토론회에서 ‘내일 선거면 진다’는 말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선거에 낙관하지 말고 경계하고 튼튼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가 5% 패배론을 강조하는 것이 일종의 ‘주도권 싸움’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선 승리의 해법으로 ‘20·30세대의 지지’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만큼, 자신의 역할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결론은 5%p로 질 수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MZ세대의 표를 끌어오는 것이고, 그것을 끌어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누가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도 120일 동안 레이스가 있고 20‧30세대의 표를 가져올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자신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향한 ‘공식 경고’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의중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는 전날(16일) “제가 유도 심판 놀이를 지금 한다면 둘 다 경고 한 장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20·30세대가 투표장으로 나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게 하려면 더욱 매력적인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네 번의 선거 패배 이후 한 번 이겼다고 변화와 개혁의 의지가 약해진다면 젊은 세대는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개혁의 고삐를 죄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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