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차량용 요소 수입량 8만톤, 요소수 약 2억4,000만ℓ
요소수 필요 디젤차 215만대, 요소수 월 사용량 2,000만ℓ 수준
중국 요소 수입 의존 여전… 中 외 국가서 확보 요소수 2,703만ℓ 불과

/ 뉴시스
전남 광양의 한 주유소에서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차가 3~4시간을 기다린 끝에 정부가 군으로부터 확보한 요소수를 공급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가 장착된 디젤(경유) 차량에 사용되는 차량용 요소수 부족 현상에 화물운송업과 산업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그간 중국에 의존하던 요소 수입을 중국 외 국가를 통해 확보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개최된 제3차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보된 물량과 국내 보유량을 감안하면 앞으로 3개월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이다.

그러나 실상은 두 달 정도 사용하기에도 빠듯한 물량이다. 더군다나 연말에는 물류 이동이 많아지면서 화물차의 연료 및 요소수 사용이 늘어나는 시점이라 넉넉한 물량 확보가 필수다. 뿐만 아니라 3개월 이후 요소수 재고 확보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요소 가운데 차량용 요소는 8만톤 정도로 집계된다. 요소수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325g의 요소가 필요한데, 8만톤의 요소를 요소수 용량으로 환산하면 약 2억4,000만ℓ에 달한다. 즉, 지난해 차량용 요소수 소비량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으며, 올해와 내년에도 총 2억4,000만∼2억5,000만ℓ의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 된다. 한 달에 소비되는 차량용 요소수만 2,000만ℓ 수준인 셈이다.

현재 환경부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디젤 차량 중 SCR이 장착돼 요소수를 사용해야 하는 차량은 △승용차 133만대 △화물차 54만대 △승합차 28만대 등 전부 약 215만대에 이른다. 215만대의 디젤 차량이 요소수 10ℓ씩만 사용해도 2,150만ℓ를 필요로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부와 민간 기업에서 확보한 차량용 요소 및 요소수를 용량(ℓ)으로 환산할 시 △멕시코 1,200만ℓ(1,200톤) △호주 2만7,000ℓ(27톤) △사우디 6,000ℓ(6톤) 등 총 1,203만3,000ℓ 수준이다. 1,203만ℓ의 차량용 요소수는 한 달 사용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베트남에서 추가 확보한 요소 5,000톤도 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량 차량용 요소수 제조에 적합한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트남에서 확보한 요소 5,000톤으로는 약 1,500만ℓ의 요소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5,000톤의 요소 전부를 차량용으로 활용 가능할 경우 앞서 멕시코와 호주, 사우디 등에서 확보한 요소수를 합산하면 약 2,703만ℓ 정도다.

결국 정부가 중국 외 국가에서 확보한 차량용 요소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두 달 사용량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에서 중국 측과 이미 계약을 체결한 요소 물량 1만8,700톤의 수입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차량용 요소수 제조에 적합한 요소는 1만300톤으로, 약 3,169만ℓ의 요소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를 포함해야 겨우 3개월 사용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는 차량용 요소수를 원활히 공급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요소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나섰지만,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 외에 장기 계약을 맺은 국가가 없어 내년 1분기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려진 내용이 없다. 당장 요소 공급처를 확대하지 않는 경우 이번과 같은 요소수 대란이 재차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차량용 요소수 확보와 관련해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1일 오전에도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외 및 국내 확보 요소수의 조속한 배분 계획과 중국·베트남 등 해외 물량 확보 동향 및 추진 상황을 중점 점검하고,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에 따른 세부조치, 매점매석 합동 단속 결과 등 요소수 수급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필요 조치들을 논의했다.

여기에서도 내년 1분기 이후 원활한 요소수 공급을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 측이 매일 통합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여기에는 현재 확보가 된 물량 등 확정된 내용만을 담아 배포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이후 요소 수입 등 장기 계획과 관련해서는 코트라 등의 기관을 통해 공급처 다변화 등을 계획 중이며 추진을 하고 있지만 명확히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 현재 내용을 공개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호주에서 확보한 요소수를 가져오기 위해 군의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시그너스)를 활용했는데, 이를 두고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KC-330은 에어버스 A330을 기반으로 제작됐는데, A330의 시간당 유지비는 2만5,000달러(약 2,955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호주까지 왕복 운항 시 약 20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6억원에 가까운 세금이 요소수 2만7,000ℓ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 셈이다. 2만7,000ℓ 요소수는 약 2,000대 분량의 디젤차량이 10∼15ℓ 정도씩 1회 사용하면 모두 소진되는 정도로 적은 수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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