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선을 80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재 영입은 물론 네거티브 대응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싹 트면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패싱 논란’도 재점화되면서 냉랭한 분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 선대위 자중지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여성의 정치참여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윤 후보는 신 부위원장의 영입을 통해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는 20·30 여성을 공략하겠다는 속내다.

선대위는 표면적으로 이번 영입이 당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이날 환영식에서 “다른 분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토론하고 결론이 도출돼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번 영입은 곧장 당내 균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윤석열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며 “젠더 갈등을 고조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 이번 영입을 '잡탕밥'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의 ‘패싱 논란’도 재점화 되고 있다. 그간 20‧30 남성들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데 집중해온 이 대표의 기조와 신 부위원장의 영입이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도 남성들의 ‘비토 정서’를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이 대표로서는 비슷한 상황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 셈이다.

즉각 민주당에서는 이를 당 대표 ‘패싱’으로 걸고넘어졌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교수를 영입할 때는 긴가민가했다”며 “신 대표의 영입은 메시지가 분명하다. 이 대표는 필요하지 않고 신경 쓰지도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한길 대표께서 그 상황에 대해 주말 중 문의하긴 했다”면서도 “김 대표의 의사는 존중한다. 다만 이수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의 갈등 국면도 당내 균열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다.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이날 ‘네거티브 보도’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얼굴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공보단장인 조 최고위원이 이 같은 보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하자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말을 왜 들어야 하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후보 말만 듣겠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선대위가 필요 없다”고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즉각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 선대위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며 “김종인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 떼 그룹”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선대위가 갈라져 각자 이해에 따라 움직이니 일사불란할 리도 없고 현안 대처 능력도 없어 후보만 매일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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