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 씨의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당내에서조차 윤 후보를 향해 ‘조속한 사과’를 압박하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그간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데 이어 이날 사과 또한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쪽 짜리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를 정확히 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가 공식 사과는 지난 13일 김씨의 허위 논란 경력 보도가 나온 지 나흘만이다. 그간 윤 후보는 해당 의혹을 반박하며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는 데 무게를 실어왔다. 지난 14일 관훈 토론회에서 “보도처럼 허위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그는 지난 15일에 기자들을 향해 “현실을 잘 보라”며 “저쪽에서 떠드는 거 듣기만 하지 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장 당내에서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새어 나왔다. 여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데다 민심이 흔들리는 징후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언급하고, 이준석 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이유다.

◇ ‘진정성 없는 사과’ 비판도

이렇다 보니 윤 후보로서도 ‘사실 확인’ 입장만을 내세우며 공식 사과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일들이 너무 오래된 일이라 일일이 다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다”며 “그래서 이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 국민께 심려 끼쳐 드린 것에 전반적으로 사과 말씀 올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는 점이다. ‘사과’의 모양새는 취했지만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과 배우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초래된 상황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것에 사과한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것도 있고 의혹이라는 것도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불거진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라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김씨가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할 것인지 여부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앞서 윤 후보는 김씨가 한 매체 기자를 만나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에 공식이 있고 비공식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사실상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표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가능성은 열어 뒀지만, 이날도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번 사안과 관련해 나중에 배우자께서 사과할 일이 있겠지만 우선 후보께서 사과하시는 게 맞다고 결단했다”면서도 “지금까지 가족문제로 배우자가 사과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번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선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허위 경력 사용에 대해 잘못은 인정하지 않을 채 여론과 당내 압력에 굴복해 마지못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자에게 제기된 어떠한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진정성과 반성이 없는 사과, 억지로 ‘사과한 척하는 사과’로 국민을 우롱했다”고 맹폭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선 후보 부인으로 국민에게는 예비 영부인으로 평가되는 사람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관련된 진실을 밝혀야 함에도 마지못해 사과 아닌 사과 같은 모습을 보이며 전혀 진실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건 윤 후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요한 건 사과는 당사자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나서서 사과하고 설명해야지 본인은 문을 닫고 후보가 사과를 하는 건 오히려 국민 분노를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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