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연일 ‘김대중(DJ) 정신’을 외치고 있다. 진영 논리를 떠나 국민통합을 이룰 적격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여권 지지층의 동요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23일 전남 목포역 유세에서 ‘DJ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정신에 가깝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윤 후보의 행보는 ‘국민통합’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김대중 정신’을 외친 윤 후보는 이날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며 이같은 의지를 공고히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김대중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민통합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위대한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그간 유세에서도 이러한 통합적 메시지를 누차 강조해왔다. 지난 16일 광주 거점유세에서 “저는 지역주의라는 거 자체가 없다”며 “공직에 있을 때 영호남, 강원, 충청을 보따리 싸서 인사발령이 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강조했다. 이어 18일 대구 유세에서도 “호남이 잘 되는 것이 영남이 잘 되는 것”이라며 지역주의 타파를 공언했다. 특별한 지역 기반이 없다는 본인의 약점을 오히려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후보라는 장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지층의 확장으로 연결된다는 측면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새로운 미래를 가기 위한 국민통합 정신이 필요하다”며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하고 계셨던 유권자분들도 크게 호응하고 환호성을 보내주고 있다고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 ‘여권 지지층’ 흔들기 나섰나

표면적으로 ‘국민통합론’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이면엔 여권 지지층 내부의 균열을 기대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윤 후보는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줄곧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정신’처럼 여겨지는 두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현 민주당의 상황에 실망한 지지층을 끌어안겠다는 의중이 다분한 셈이다. 

윤 후보는 전날(22일) 충남 당진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 “저런 사람을 후보로 미는 민주당이 김대중의 민주당이고 노무현의 민주당인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서울‧경기 지역 유세에서도 “철 지난 좌익 혁명 이론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다 장악했다”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배우고 자란 상식과 애국심을 갖춘 민주당 정치인들이 기를 못 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심판론’을 띄우는 동시에 ‘협치’의 손을 내밀면서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이날 목포 유세 현장에서 “이번 3월 9일 부패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해 주신다면 저와 국민의힘은 양심 있고 존경받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고 이 나라의 경제 발전과 목포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도 이 같은 ‘계산’의 연장선이다. 당장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호남홀대론’의 불씨를 지핀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민주당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지자 국민의힘의 공세도 거세졌다. 윤 후보는 전날 전북 익산 유세에서 “광주 시민이 원하고 기업이 가겠다는 것을 막는 그런 정권이라면 어떻게 호남을 발전시키겠나”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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