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전라도 지역을 방문해 ‘복합쇼핑몰 공약’을 띄우는 가운데 호남 지역 시민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고 있다.

◇ 윤석열, 호남서 20%대 지지율 기록할까

윤 후보가 호남 홀대론을 처음으로 꺼낸 것은 지난 16일 광주 유세였다. 그는 “수십년 걸친 이 지역의 민주당 독점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느냐.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권리를 막느냐. 수도권이나 전국 어딜 가도 복합쇼핑몰 많은데 왜 광주만 없느냐”고 말했다. 지난 22일에 전북 군산을 방문해서도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주민이 원하고 기업이 가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반대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같은 날 이준석 대표는 광주에서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복합쇼핑몰 유치 공동대응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독점 구조가 광주 지역의 경제 발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지역민들의 정서를 외면하고 본인들끼리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해내지 못했던 숙원사업들에 대한 2탄, 3탄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보수의 험지 호남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높게는 20%대까지 나오는데 대해 '호남 홀대론이 바닥 민심을 파고들었다'고 보고 있다. 덩달아 이곳에서 국민의힘은 득표율 30%를 목표로 상향했다. 과거 보수 정당 대선 후보는 호남에서 10%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주장에 광주 북구갑을 지역구로 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준석 대표는 광주를 고립시키지 말라”며 “전두환은 1980년 5월 탱크와 군홧발로 광주를 고립시켰다. 이 대표는 ‘낙후’와 ‘가난’이라는 거짓 프레임으로 광주를 고립시키고 있다. 광주를 타 시도와 갈라치고 고립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일베’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1일 이 대표의 복합쇼핑몰 토론 제안에 대해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일갈했고, 정의당 광주시당도 논평을 통해 “광주는 대표적인 소비중심도시인데 국민의힘 전신인 정당들의 호남 소외 전략으로 인해 변변한 산업기반 없이 버텨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광주에 쇼핑몰 들여놓자고 하면 극우포퓰리스트에 신천지에 일베까지 뒤집어 씌운다”고 반박했지만, 호남 시민들 사이에서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은 아직까지 비주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카페에서 지역 소상공인·청년과 함께 대형 복합쇼핑몰 광주 유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광주 집중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제시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쟁점화됐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카페에서 지역 소상공인·청년과 함께 대형 복합쇼핑몰 광주 유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광주 집중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제시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쟁점화됐다. /뉴시스

◇ 호남 홀대론에 바닥 민심 흔들리나

광주 송정동에 살고 있는 김모 씨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사람들이 이유 없이 민주당에 몰표를 준다고 생각하는 게 어이가 없다”며 “광주는 지난 민주화운동 이후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데, 생각 없이 민주당만 지지해서 민주당이 방만해진 결과 광주가 낙후됐다는 식으로 말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국민의힘은 역사공부를 새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석모 씨도 “윤석열 후보가 경남에 가서는 뭐라고 했느냐. 항공우주청 설립해주겠다고 했다. 대전에는 방위사업청 이관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광주에는 주요 공약이라고 들고 나온게 복합쇼핑몰이냐”며 “지방은 이미 소비도시다. 일자리는 없고 돈 쓸 곳만 많은 것은 지방 대도시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복합쇼핑몰로 생기는 일자리보다 거기서 쓴 돈이 수도권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게 더 크겠다”고 우려했다.

지역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윤 후보의 공약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갈등 조장형 정책이라는 평가도 상당하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아울렛 입점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이 17년째 공회전 중인데에는 여러 배경이 있는데, 정치적 배경만 강조해 정권만 바뀌면 다 해줄 것처럼 공약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송갑석 의원은 “과거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가 무산된 것은 시민사회의 반대와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해 사업주 스스로 철수한 것”이라며 유치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윤 후보의 의견에 동조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던진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향후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에서 살다가 전주로 내려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 씨는 “‘전국 어디를 가든 있는 복합쇼핑몰이 왜 광주에만 없느냐’는 말에 주위 사람들이 흔들리는게 느껴진다”며 “대형마트를 찾으러 다른 시까지 가야하는 게 말이 되냐. 인프라가 너무 적은 것은 사실이고, 주민들도 다 느끼고 있다”고 주변 민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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