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장동 녹취록을 둘러싼 공방을 주고 받았다. 관계자들의 ′녹취록′을 근거로 민주당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공세를 퍼부은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맞불을 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간 이에 대해 말을 아껴온 민주당은 녹취록에 나온 윤석을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이름을 근거로 ‘윤석열 게이트’라며 공세 태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가 ‘악의적 정치공작’라며 대장동 의혹은 여전히 ‘이재명 게이트’라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22일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여진이 이어졌다. 진원지는 전날(21일) 토론회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을 직접 읊으며 윤 후보를 겨냥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등 발언이 담겨 있었다. 

즉각 윤 후보는 “그 녹취록 끝에 ‘이재명 게이트’란 말을 김만배가 한다”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까지 포함해 말씀하시는 게 어떻냐”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허위사실이면 후보사퇴 하시겠나”라며 발끈했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전날 토론회 직후 ‘월간조선’은 해당 녹취록의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했으니까 망정이지. 이재명 게이트 때문에”라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후보의 말이 사실이 된 셈이다.

기세를 잡은 국민의힘은 즉각 이 후보를 향한 공세를 퍼부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도 페이스북에 해당 녹취록 사진을 공개하며 “이 후보님 이재명 게이트 녹취록이 허위사실이라고요”라고 반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가) 이재명 게이트 안 나온다고 거짓말하시던데, 이 후보가 빨리 사퇴해야 할 것 같다”며 “사퇴하라니까 진짜 사퇴하는 줄 알겠냐고 또 그렇게 말할 거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같은 발언이 오히려 이 후보 때문에 일이 진행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인 것 같다”며 “이재명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악의적 조작” vs “국민 우롱”

녹취록 논란은 당과 당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더욱 점입가경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이 ‘짜깁기’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 ‘죄가 많은 사람’ 등 윤 후보를 거론한 녹취록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김은혜 공보단장, 유상범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 본부장이 제시한 녹취록 일부분은 윤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김씨의 특정 발언 부분만 강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지워져 있다”며 “윤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사실을 악의적으로 조작한 민주당의 불법 정치공작에 대해 결코 선처 없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녹취록 전부를 공개하며 김씨의 발언이 가리키는 대상이 윤 후보가 아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을 지칭해 “되게 좋으신 분”이라고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문맥상으로 맞다는 해석이다.

반면 우 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봐도 해석의 여지가 없는데 굳이 저를 조작범으로 몰면서 자신들의 해석을 갖다 붙이며 억지를 쓰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아닌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비단 ‘녹취록 해석’으로만 그치는 모습은 아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원인이 윤 후보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윤석열 게이트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 언론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가 처벌을 받지 않은 것에 윤 후보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특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대선 후보에 특검을 통해 반드시 실체를 파악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우 본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천대유 비리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며 “국민의힘에 곧바로 특검 논의 착수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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