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식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관련 세금 공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윤 후보는 당초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뒤집어 주식양도세 폐지를 들고 나왔고, 이 후보는 윤 후보의 공약이었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21일 본인의 SNS를 통해 “부자감세를 위한 주식양도소득세 폐지가 아니라 개미와 부자에게 똑같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단 한 주를 가진 투자자도 공정한 규칙으로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며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다. 윤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폐기한 것을 가지고 온 셈이다.

◇ 이재명,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

앞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지난 3일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대화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가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뒤집은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뒤집었다”며 “증권거래세는 새로운 금융과세제도가 생긴다고 하니까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서 당분간 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으로 돌린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증권거래세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되,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란 주식을 양도, 매매, 증여할 때 부과되는 세금으로 주식매매대금의 0.25% 정도다. 주식양도세는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것으로 오는 2023년부터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 투자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과세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주식양도세 도입 백지화를 주장한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려면 ‘큰 손 개미(고액 개인투자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주식양도세는 처음 도입 논의 때부터 ‘큰 손 개미’들의 세금 부담을 키워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유출을 유발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어왔다.

하지만 윤 후보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로부터 “주식양도세가 왜 도입됐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자 “한번 가르쳐달라”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어 심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칙 상속에서 비롯됐다. 윤 후보가 지금 양도세를 폐지하려는 이유가 뭔지 저의가 의심된다. 이재용 일가 감세법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재벌 기업 대주주들이 자식에게 이전하거나 누구에게 증여할 때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세금을 제대로 물릴 수 있다”며 “대만은 주식양도세를 실시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경제 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2일 윤 후보의 태도를 놓고 “어제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는 ‘주식양도세가 어떻게 만들어진 줄 아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원인도 모르면서 양도세 전면 폐지만 공약한 것이다”며 “아무리 써준 대로 읽는다고 해도, 앞뒤 없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책임질 대선후보의 자세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주식양도 소득금액 18조 7,000억 원 가운데 상위 10% 소득자가 전체 주식양도 소득금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식양도세를 폐지한다면 시장의 약자인 천만 개미 투자자들의 불리한 상황만 가속화될 것이다. 큰손 부자의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만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식양도세 대신 이 후보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강조했다.

◇ 주식 투자자들 사이서도 의견 분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식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사위크>가 인터뷰를 요청한 전문 개인투자자 김정현 씨는 “기존에 있던 거래세에 대해서는 부담이 없지만 주식양도세는 없던 세금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며 “요즘은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고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큰손들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전혀 다른 의견을 낸 사람도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투자를 한 지 10년 째라는 김주희 씨는 “윤 후보가 이야기 한 대만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거의 증권거래세에서 주식양도세로 넘어갔다”며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 과세하겠다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세금 제도가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보완할 점이 있는 정책이지만, 이 후보가 21일 들고 나온 주식 정책 중 증권거래세 폐지와 개인투자자 보호 조치 등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전문가 A 씨는 “이 후보의 연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 상향 공약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양도소득세를 도입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 지금 다들 미국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뭐냐. 양도소득세보다 증권거래세가 없다는 것이 더 이득이고, 수익율이 더 좋으면 세금은 큰 문제가 안된다는 뜻”이라고 찬성의 의견을 냈다.

이어 “다만 이번에는 두 후보 모두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보이는게 문제”라며 “주식투자자들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개인전문투자자들도 많고, 직장인들 중에 주식 한번 안 해보는 사람이 없는 시대에 표를 의식한 정책보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가지고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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