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 호텔을 4성 표기, 민원 제기하자 수정… 등급 간 서비스 차이 확연
4성→5성, 3성→4성 표기하는 경우도… 소비자 혼동 가능성
트립닷컴 “미등급 호텔은 자체 기준 적용, 평가 후 ‘임의 등급’ 표기”

트립닷컴이 국내 호텔들의 등급을 임의로 평가해 표기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 에이전시) 플랫폼 기업 트립닷컴이 국내 호텔들의 등급을 임의로 평가해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등급 표기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별 등급(스타 레이팅)은 소비자들이 호텔을 선택할 때 중요한 사항으로 꼽히기도 해 호텔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현행 국내 관광호텔 등 호텔업에 대한 등급 심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하 관광협회)의 소관이다. 국내 호텔 등급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인 1∼5개의 별로 나타내며, 국내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신규로 등록을 한 호텔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이 발급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희망하는 등급을 정해 등급결정을 신청하면 된다.

관광협회는 각 등급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꼼꼼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심사를 통해 확정된 호텔 등급은 3년간 유효하다. 이렇게 확정된 호텔 등급은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트립닷컴은 관광협회가 호텔 측에 부여한 별 등급이 아닌 자의적으로 호텔의 등급을 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호텔은 심사기관의 공인 등급과 다르게 트립닷컴에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트립닷컴은 2022년 최신 호텔 정보를 업데이트 하면서 지난해 연말 5성 등급을 확정 지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 대해서는 4성으로 표기를 하고, 4성 호텔인 레스케이프에 대해서는 5성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 네이버 검색 갈무리

대표적인 예시로는 서울 강서구의 ‘메이필드 호텔 서울’과 이태원 인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명동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등이다.

메이필드 호텔 서울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두 호텔은 모두 관광협회의 5성 호텔 심사를 통과해 5성 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트립닷컴에서는 해당 호텔들에 대해 4성으로 표기해 광고를 하고 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의 오너사인 요진건설산업은 지난 8일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호텔 및 호텔 운영사(아코르&sbe 그룹)를 통해 트립닷컴 측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트립닷컴은 호텔 측의 민원이 접수되자 황급히 등급 표기를 5성으로 바로 잡았다.

그러나 메이필드 호텔 서울에 대해서는 11일 오후 4시까지도 여전히 4성 표기를 하고 있다. 호텔 별 등급 오기(誤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호텔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하고, 문제를 삼지 않는 호텔에 대한 선제적인 등급표기 수정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명동의 레스케이프는 관광협회로부터 4성 호텔로 확정이 됐음에도 트립닷컴은 레스케이프를 5성 호텔로 표기하고 있다. 트립닷컴의 자의적인 평가 시스템으로 인해 4성 호텔인 레스케이프가 5성으로 둔갑된 모습이다.

 트립닷컴 홈페이지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호텔을 검색하면 적지 않은 호텔들의 등급이 임의로 설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트립닷컴 홈페이지 및 앱 갈무리

또한 △도미인 서울 강남 △알로프트 서울 강남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 △신라스테이 6개 지점(구로·광화문·마포·삼성·서대문·천안) 등 10여개 호텔은 전부 관광협회 심사 결과 3성이지만, 트립닷컴에서는 4성으로 표기돼 있다.

호텔 등급 심사는 3성과 4성 간에 큰 차이를 보이며, 4성과 5성 호텔 역시 서비스나 부대시설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5성 호텔은 호텔 내 식음(F&B) 시설이 최소 3곳 이상을 갖춰야 하며, 수영장·피트니스 센터·연회장 등 부대시설 규모가 4성 이하 호텔들에 비해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또 투숙객에게 룸서비스도 5성 호텔은 최소 18시간 이상 제공되는 등 시설과 서비스 부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4성 호텔의 룸서비스 시간은 최소 12시간이며, 3성 호텔은 룸서비스 제공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룸서비스의 유무만을 평가한다.

특히 룸서비스 부문의 경우 해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때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시차로 인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해외 관광객의 경우 새벽에 도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저녁 늦은 시간 또는 새벽 시간대에 한국에 입국하는 여행객의 경우 호텔을 선택할 때 룸서비스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5성 호텔의 경우 버틀러 서비스를 비롯해 룸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4성 호텔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5성 호텔이라면 투숙객이 늦은 시간 체크인 후 심야 시간대에 룸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4성의 경우 최소 12시간의 룸서비스만 이뤄지면 문제가 없는 만큼 심야 시간 룸서비스는 다소 제한적일 수도 있다.

해외 소비자들은 국내의 호텔 등급 심사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알아보기가 힘든 만큼 트립닷컴 등 OTA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별 등급 표기가 잘못된다면 소비자들은 다소 불편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3성과 4성, 4성과 5성 호텔은 각각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등급 평가를 호텔 측에서 신청할 때 등급별 수수료도 다르게 책정되는데, 높은 등급의 등급 평가 신청 수수료가 더 비싸다.

국내 일부 OTA 플랫폼 기업에서도 호텔들에 대해 자체적인 평가 기준을 내세우며 ‘자체 등급’을 부여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지만, 최소한 관광협회의 등급 심사를 통과한 호텔에 대해서는 공인 등급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이러한 기준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호텔 등급을 평가하는 모습이다.

트립닷컴 측 관계자는 “트립닷컴은 호텔 소개 시, 호텔에서 평가 받은 등급과 자체 기준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등급 평가를 받지 않은 숙소의 경우에는 다양한 기준을 두고 자체 심사를 통해 등급을 표기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별 등급이 확정된 호텔에 대해서는 해당 기준으로 표기를 하지만, 등급 심사를 거치지 않은 일부 호텔에 대해서는 임의로 등급을 매긴다는 얘기다.

트립닷컴은 현재 호텔 오노마 대전,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대해서는 4성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에 대해서는 3성으로 표기하고 있다. 두 호텔은 모두 현재 관광협회의 등급 심사를 거치지 않은 호텔이다. 두 호텔을 비롯해 호텔 등급을 확정짓지 못한 호텔들 중 일부 등급이 낮게 표기돼 있는 경우 향후 등급 확정 결과에 따라 트립닷컴 측으로 별도의 수정요청을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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