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당대표 -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필리버스터 저지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인 180석 채우기에, 국민의힘은 이 숫자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건 상태다. 문제는 진영 내 이탈표다. 당장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진영 내 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만큼 이들이 필리버스터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큰 모습이다.

180석 총력 저지에 나선 국민의힘 내에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변수로 떠올랐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찬성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하며 사실상 한 배를 탄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 권 원내대표의 ‘돌발 행동’을 예견하지 못했던 이유다.

물론 전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반대하며 당에 본인의 ‘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 대다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상황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거리를 뒀다. 정확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지만, 그가 ‘경찰 출신’이라는 점과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은 이번 그의 ‘소신 발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의석수에서 민주당에 열세인 만큼 내부 표 단속이 어려워질 경우 전략 자체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권 원내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유동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권 의원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무력화되고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된다면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여파는 두 당간의 합당에도 미치는 모습이다. 두 당은 합당 선언을 했다지만 세부적 조율이 남아있는 만큼 ‘완성체’가 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많다. 이런 와중에 권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자 국민의힘 내에선 ‘합당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 의원은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을 대표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개인 소신을 피력하려면 탈당하고 합당에 참여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도 참지 않았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속 의원이 탈당하는 민주당이나, 합당이 예정된 국민의힘과 입장이 다르니 국민의당에서 탈당하라고 하는 국민의힘이 일란성 쌍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합당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민의당에게 약속한 시•도당 공관위 참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곳도 있는데, 엄연히 현재 타당인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자격이 있니, 없니, 탈당을 하라느니 하고 있으니 말이다”라고 직격했다.

◇ 친여 무소속 의원들도 ‘반발’

이같은 걱정은 국민의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인 180석을 모아야 하는 민주당도 급하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속도’를 강조하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탈표의 걱정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염두에 두고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은 불씨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은 당초 무소속 위원 자리에 양향자 의원을 점찍어 두었으나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자 민 의원을 이 자리에 앉혔다. 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가능케 됐다. 안건조정위 내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하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탈당이 국민의 시선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는 민주당이 지금 선을 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단 말이 있다”며 “국민들의 시선이 좀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전날(20일) 페이스북에 “정치를 희화하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야 ‘당론’에 묶여있다 보니 실제 이탈할 가능성이 적다지만, 문제는 당밖에 있는 의원들이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구상에는 당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범여권에 속하는 무소속·소수정당까지도 포함돼 있었다. 이를 모두 포함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 탈당’은 범친여 의원들 까지도 등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되는 모양새다.

당장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민주당 진영의 변수로 떠올랐다. 조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수완박은 개혁이 아니라 권력의 이동에 가깝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게 민주 독재, 입법 독재“라며 ”586 이후 세대로서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상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각을 세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