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에서 김은혜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던 유 전 의원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에 김 의원이 확정됐다. 책임당원 선거인단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투표 결과 김 의원은 총 52.67%, 유 전 의원은 44.56%를 기록했다. 약 8%p 격차를 보인 것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유 전 의원은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차출론’이 새어 나왔던 순간까지도 유 전 의원은 ‘정계 은퇴’와 ‘출마’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제로 출마 선언에서 “대선 직후 이런 마음을 밝히려고 결심했던 게 사실”이라며 “대선 이후 도지사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게 됐고 많은 분이 출마를 권유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계 은퇴’ 수순을 접고 출마로 마음을 굳힌 데는 향후 정치적 행보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종의 ‘승부수’ 였던 셈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경기도지사로서) 일을 잘하면 저한테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여전히 먼 ‘당심’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같은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꼴이 됐다. 대선 패배 이후 굵직한 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하면서 사실상 다음 선거를 모색하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더욱이 ‘체급’이 맞지 않는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것도 그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 전 의원이 애초에 제대로 맞붙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했다. 경기도 성남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과는 달리 오랜 시간 대구를 지역 기반으로 닦아오면서 경기도에는 별다른 기반이 없다는 점은 그의 ‘약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의원이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있었다는 점도 유 전 의원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로 공관위가 구체적인 득표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김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는 우세했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선 유 전 의원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김 의원의 우위가 점쳐지기도 했다. 윤 당선인을 ‘당 대선 후보’로 만든 당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그렇다고 비단 ‘윤심’만을 탓할 수 없는 형국이다. 사실상 매 선거마다 유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아 온 ‘배신자 프레임’이 이번에도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당심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결국 당 안에선 유 전 의원에 대한 비토세가 살아있다는 게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며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며 “여기가 멈출 곳이다. 제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위하는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