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패배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가운데, 이재명 의원의 책임론 공방으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대표를 의식한 친문계(친 문재인)와 친명계(친 이재명)의 계파 갈등으로 야당 분열 우려까지 사고 있다.

신현영 대변인에 따르면, 민주당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서울 서대문갑)을 추대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의 주류 ’86 그룹’의 맏형격 정치인으로 당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신 대변인은 의원총회 도중 중간 브리핑을 통해 “우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의원들의 동의를 얻었다”며 “당내 인사이면서 현역 의원인 분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중진급 중량감이나 국회의원 불출마도 선언한 만큼 치우치지 않고 비대위원장 역할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의원 역시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은 만큼 대선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당에서는 “우 의원은 대선 이후 책임에 대해 바로 사퇴한 바 있고, 그간 여러 경험을 통해 당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고 중진 의원으로서 치우치지 않은 분”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보다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인물은 이재명 의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어 지선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았지만 두 선거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친문계에서는 지선패배에 대한 책임소재를 이 의원에게 물으며, 8월 전당대회에 이 의원이 출마해선 안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대선 패배를 한 장본인이고 또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의혹을 해소하고 조금 더 자기 충전을 할 시간을 가져야한다”며 “책임정치라는 차원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견지에서 전당대회의 당대표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친문으로 분류할 수 있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이 의원을 향해 “패배에 대한 냉정한 진단 없이 또 당권에 나오겠다, 개혁을 이끌고 가겠다 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 대선 지고 지선도 반성없이 치러서 혼났는데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친문과 친명 양측에 모두 일정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중재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책임론 얘기하는 친문은 5년 집권 기간 동안 뭐했냐. 대선 기간 내내 정권교체론이 항상 우위를 점했다. 그게 누구 때문이냐. 친문 때문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친명은 그 이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캠페인 기간 동안에 실책이 많았다. 송영길 전 대표를 차출하고 또 이재명 후보 자신이 계양으로 가고 김포공항 이전 공약 내걸고 이런 것 등등으로 실책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이것도 지선 패배의 주된 원인이 된다. 양쪽 다 책임이 있다”며 “두 그룹 전부 다 강성 지지층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중도층 이탈을 가속시켰다. 어느 쪽이 득세를 해서 당권을 잡아도 민주당이 쇄신했구나, 반성했구나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의원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출근을 하면서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민들과 당원, 지지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고 있다”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친문과 친명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치에서는 국민과 당원의 뜻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하면서 정치를 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국민들이 정치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당 내에서 논란 가능성이 높은 전당대회 출마에 관해서 그는 “아직 제가 국회 0.5선, 초선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해야할 일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아직까지 전당대회 관련해서는 시간이 많이 남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의원회관으로 출근한 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미국으로 1년 간의 유학길에 올랐다. 출국장에서 지지자 및 기자들과 만난 그는 당이 엄중한 상황이라는 질문에 “동지들이 양심과 지성으로 잘 해결해 가리라 믿는다”고 답했고, 당내 계파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경멸하고 증오한다. 이것을 여러분이 존중과 사랑으로 이겨주실 거라 믿는다. 어떤 사람은 저주하고 공격한다. 그것을 여러분이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주시길 바란다”며 “사랑과 정의, 열정과 상식이 승리한다고 저는 믿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1년간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를 공부할 예정이지만, 친문계와 친명계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조기 귀국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민주당은 비대위원장인 우 의원을 포함해 이용우(초선), 박재호(재선), 한정애(3선) 의원과 김현정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을 비대위원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번주 당무위와 중앙위를 거쳐 최종적으로 구성이 완결될 예정이다.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는 대선과 지선을 모두 진 상황에서 2년 후 총선을 잘 치를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하고, 그만한 표심을 가진 인물으로는 이재명 의원이 최선이라는 주장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이번 민주당 내홍은 비상대책위원회 최종 구성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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