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사인한 원 구성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사인한 원 구성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여야는 국회 공백 상태가 된 지 54일 만에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에 합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로 가진 회동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등과 관련해 최종 합의를 이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7곳의 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원내 1당인 민주당은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곳의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54일 동안 수 차례 회동을 가졌음에도 여야가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주요 4개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분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양보하면서 여당이 가져가는 것이 관례인 운영위까지 넘겨주고 2순위와 3순위인 행안위와 과방위를 가져오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하나만 선택하라’고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국회 공전이 길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라는 가장 큰 상임위를 양보했으니, 두 번째 세 번째 선택권을 주고 나머지는 (국민의힘이) 우선적으로 선택하라고 이야기 했음에도 묵묵부답이다”며 “저희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을 하고 있는데 저쪽이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는 제헌절을 최종기일로 보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그 마저도 결렬됐고, 본회의가 열리는 22일 전날인 21일을 원 구성의 마지노선으로 두고 여러 차례 회동했으나 이마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이 22일 오후 본회의를 소집하기 전 협상을 위해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했고,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막판까지 여야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던 과방위와 행안위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행안위를 먼저 1년 맡고, 야당인 민주당이 과방위를 먼저 1년 맡은 뒤 교대하는 방식으로 여야가 1년씩 번갈아 가면서 맡기로 했다.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방송 장악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서 우선 과방위를 맡고, 그다음에 행안위를 맡아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선거관리 업무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면도 있지만 빨리 국회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시급한 민생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렀다”며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중추적인 상임위를 맡았다”고 말했다.

매번 원 구성을 할 때마다 법사위가 논란이 되는 것은 ‘체계(體系)·자구(字句) 심사권’ 때문이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면서 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여타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 심사하는 기능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전반기에서 약속한 법사위 권한 조정의 약속을 믿고 국민의힘에 이를 양보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경찰 장악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기에 경찰의 중립성을 지키려면 민주당이 행안위원장을 맡아야 하고, 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물러날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려면 과방위 역시 고수해야 한다”고 설명한 적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과방위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하고, 대통령실에서 주요 관심을 두고 있는 행안위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입법 공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자 민주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이면서 극적 타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이 행안위를 선점하면서 대통령의 관심사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을 저지하는 데 우선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 위원장을 보호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협상의 뇌관이었던 과방위원장에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고, 행안위원장에는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됐다.

한 3선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는 방통위원장, 공영방송 사장을 지켜야하고 국민의힘에서는 경찰국 신설을 빠르게 추진해야한다”며 “여야가 모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절실한 것은 챙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협상에서 여야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등 논의를 이어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명칭을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로 변경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다. 위원 정수는 12명으로 여야 동수로 구성하게 된다.

또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관련 권한쟁의 심판사건에 대한 국회의 법률적 대응은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전반기 법사위원장이 수행하고, 국민의힘 소속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사개특위 후속인 형사특위를 출범시키면서 검수완박 후속 작업을 챙겨갔지만, 사실상 국민의힘에서는 법안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형사특위가 중수청 발족에 어느 정도 기능을 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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