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열리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주최자로 알려진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가장 먼저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3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열리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주최자로 알려진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가장 먼저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비유하는 등 정부와 경찰당국의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각각 정부와 경찰당국의 편을 들며 설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우상호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한정애 비대위원, 이용우 비대위원 등 4명이 입을 모아 윤석열 정부의 권력기관 장악에 우려를 표했다.

우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 말미에서 “다른 사안도 있지만 오늘은 이 문제의 중대성 때문에 이 주제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민주당 비대위 회의에서 다루어야 하는 민생 현안이 상당한 시점에 네 비대위원 모두 경찰국 설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우 비대위원장은 “경찰서장들이 모여 경찰 중립성을 위반하는 법령에 대해 걱정을 나누는 회의를 했다고 해서 바로 대기발령을 내고 후임을 임명하는 전광석화같은 모습은 국민이 매우 실망스러워 할 만한 모습”이라며 “회의 한번 했다고 바로 현장 치안을 책임지는 서장을 해임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 임명받지 않은 청장 후보자가 이런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인지, 그런 권한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문제에 올라탔다는 것은 대통령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된다. 하필이면 대통령 비서실장의 첫 등판이 경찰 장악 관련된 일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예고된 대로 토요일 평화롭게 진행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만들어진 자리였다. 손에 돌을 든 것도, 거리로 나선 것도 아닌데 윤석열 정부는 회의를 주최한 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참석자들을 전원 감찰하겠다고 나섰다”며 “13만 경찰관들에게 입도 뻥긋 말라고 본보기를 보여준 반민주적 조치이자,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사들은 평일 근무 시간을 이용하여 전국 평검사회의, 부장검사회의, 검사장회의, 고검장회의 등 직급별 회동을 갖고선 모두 집단적 의사표명까지 이어갔다”며 “당시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한없이 옹호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번엔 전국 경찰서장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가진 회의를 놓고 온갖 겁박과 탄압으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은 “김대기 대통령실장이 아주 오랜만에 나타나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고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에서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는데 깜짝 놀랐다. 대통령의 지시도,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대통령령을 만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비대위원 또 “휴일에 회의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것 자체가 사실은 직권남용이다. 평일에 회의하는 것도 아니고 휴일에 의견을 모으는 회의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과연 상급자가 공무로 할 수 있는 이야기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그간 태스크포스(TF)로 구성돼 있던 ‘윤석열 정부 경찰장악 저지대책단’을 당 차원의 공식기구인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대책위원회’로 재편하는 안을 의결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관련 경찰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경찰국 신설 관련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있다./뉴시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관련 경찰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경찰국 신설 관련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있다./뉴시스

◇ 정부∙여당, 입 모아 ‘쿠데타’ 우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 같은 경찰의 반발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관련 행안부 입장 브리핑에서 “그동안 역대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명하는 시스템과 계통을 무시해 왔다. 대통령실에 파견된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 등의 경찰공무원들을 통해 음성적으로 경찰 업무를 지휘해 왔다”며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 관련 조직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헌법과 법률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간의 경찰 지휘체계가 비정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 조직에 경감이하 직급에 그런 모임(집단행동)을 주도하는 특정그룹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을 했고, 12·12쿠데타란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며 “이번 총경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쭉 보시면 언론에 언급되는 분들은 특정 출신이다. 어디라고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그런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고 은연 중에 경찰대 출신들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정부의 편을 들었다. 그는 2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은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한 정치세력화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경찰이 집단행동을 하는 사이 치안에는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직격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검사는 그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헌법상 영장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 기관이지만 경찰서장은 경찰 공무원들의 지휘관이다”며 “각자의 생각대로 움직이기보다는 자신이 지휘하는 조직 전체를 생각을 해야 한다. 개인의 소신 때문에 상관의 지시도 무시하며 임지를 무단 이탈한 것은 자신이 맡은 지역에 대한 책임을 내팽개치고 국민에 대해서 항명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명목으로 울산청 경무기획 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을 받은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밀어붙이기가 더 쿠데타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쿠데타가 아니다. 오히려 헌법 제7조에 보면 공무원의 정치적인 중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가 오히려 공무원의 정치적인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그런 의미에서 더 쿠데타적이다”며 “(경찰서장 회의 등은) 그런 행위를 막는 반 쿠데타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쿠데타가 아니라 쿠데타를 막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인에 대한 대기발령과 다른 회의 참석 서장에 대한 감찰 등 조처에 대해서는 “저한테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은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은 막아줬으면 좋겠다. 말 안 들으면 죽는다는 것을, 이렇게 (경찰국 신설하면) 인사권을 남용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으니까 고맙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김교흥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 경찰 장악 시도에 대한 입장 및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교흥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 경찰 장악 시도에 대한 입장 및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 ‘검로경불’ 비난에도 침묵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류 전 서장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며 “한 지역의 치안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기발령 조치한 것”이라고 서면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바 있다. 아울러 경찰청은 류 총경 인사 조처에 이어 전날 전국 경찰서장 회의 현장에 참석한 56명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으로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 내부의 반발로 정부∙여당과 경찰당국∙야당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반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에 정치인이 없어서 그런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거칠다”며 “아무리 경찰 조직이라도 요즘 공무원들이 예전 군대처럼 ‘상명하복’하는 존재냐. 충분히 대화를 갖고 설명하면 이해할 일을 ’12.12’ ‘쿠테타’ ‘대기발령’ '감찰’ 이런식으로 너무 밀어붙여 반감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한편,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과 김대기 비서실장, 이 장관은 경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 대통령은 '검로경불(검찰이 하면 로맨스, 경찰이 하면 불륜)'에 빠져 있다”고 맹비난했다.

조오섭 대변인 또한 “독재로 회귀하더라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후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행안위에서 대통령령인 경찰국 신설 관련 직제안의 적법성을 따진 후 대통령령이 법률의 취지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정부에 보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후반기 국회 원 구성 결과, 행안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은 상황에서 이 과정이 순탄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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