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한 표현의 자유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 만화를 두고 정치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만화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경고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작품이 ‘표절’이라는 점을 내세워 공세 차단에 주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며 소란은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전날(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석열차’ 만화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해당 작품이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면서 시작됐다. 즉각 국민의힘은 해당 작품의 논란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닌 ‘표절’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가져온 게 비판의 지점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된 ‘윤석열차’는 경기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실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해당 만화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이 기차의 전면에 그려져 있고, 김건희 여사가 기관사로, 검사들이 객차에 탄 모습을 그려냈다. 논란은 해당 작품이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가 된 데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를 하면서 커졌다.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루었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개인의 표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화 하나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MBC를 고발하고 완전히 전두환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이른바 ‘멸공 챌린지’에 밝힌 의견”이라며 “본인의 표현만 자유롭고 타인의 표현은 엄중 경고하고 후원 명칭 승인 취소 등 위협을 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정의 자유가 아니라 전제군주의 자유”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표현 자유 지적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그림은 2019년 ‘더 선’지에 나온 트럼프와 보리스 존슨을 풍자하는 내용을 누가 봐도 그대로 표절한 것”이라며 “심사위원들께서 ‘더 선’ 지에 나온 일러스트 내용을 보지 못했거나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얼굴을 넣어서 만든 작품이 상당히 고약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예술작품을 탄압하는 것처럼 끌고 간다”며 “정부에서 100억 원 이상 예산 지원을 받는 기관이 자금 집행할 때는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정해진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출품 요강 자체에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해 놓고 이를 어긴 것이 이번 경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꿈틀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만화로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전두환 씨 ‘모의재판’ 일화를 비꼰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프로파간다, 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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