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7일, 푸르밀의 신동환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사업종료를 선언했다. 롯데그룹에 뿌리를 둔 45년 역사의 유업계 중견기업의 이 같은 선언은 큰 충격과 함께 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푸르밀은 어떻게 스스로 사업종료를 선언하는 지경까지 몰락하게 됐을까. <시사위크>가 그 발자국을 좇아본다.

신동환 사장이 이끄는 푸르밀은 지난 17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사업종료 계획을 통보했다. /뉴시스
신동환 사장이 이끄는 푸르밀은 지난 17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사업종료 계획을 통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7일, 한 중견기업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우유’ 등의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푸르밀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이날 점심 무렵 신동환 대표이사 명의로 전 직원에게 이메일 보내 “회사 내부 사정으로 사업을 종료한다”며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사업종료 시점으로 못 박은 것은 다음 달 말이다. 아울러 거래처에도 사업종료 계획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 롯데그룹 떠나 꿋꿋했던 실적… 신동환 대표 취임 후 ‘내리막길’

이는 산업계 전반을 통틀어 봐도 보기 드물고 충격적인 일이다. 푸르밀이 롯데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는 45년 역사의 중견기업이란 점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우선, 푸르밀의 사업 종료는 어떠한 외부적 요인에 따른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 아니다. 과거 ‘타다’ 사례처럼 제도적 문제로 인해 사업 지속이 어려워진 일도, 화재 등으로 생산인프라를 잃고 재건이 불가능해진 일도 없었다.

푸르밀 측이 밝힌 사업종료의 이유는 지속된 적자다. 실적 및 경영 악화로 위기를 마주한 기업들은 통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거나 워크아웃, 법정관리, 매각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기 마련인데 푸르밀은 곧장 사업종료를 선언했다. 그것도 어떠한 내부 구성원들과의 논의 또는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푸르밀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범 롯데가(家) 기업으로 분류되는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2007년 롯데우유를 롯데그룹으로부터 분사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즉, 분사 시점으로부터 따지면 15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된 셈이다.

롯데그룹 품에서 벗어난 2007년, 푸르밀은 1,178억원의 연간 매출액과 35억원의 영업손실, 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9년 연간 매출액이 2,011억원으로 껑충 뛰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푸르밀은 2017년까지 2,000억원대 중후반의 연간 매출액과 흑자기조를 꾸준히 유지한 바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오던 푸르밀이 내리막길을 마주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2017년까지만 해도 2,500억원대 이상을 유지했던 연간 매출액은 △2018년 2,301억원 △2019년 2,046억원 △2020년 1,877억원 △2021년 1,799억원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과 4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하더니 △2019년 88억원, 71억원 △2020년 113억원, 302억원 △2021년 123억원, 133억원의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2018년은 푸르밀 경영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단행된 시점이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푸르밀은 신준호 회장과 전문경영인이 함께 대표를 맡았었다. 그러다 2018년 초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사장이 전문경영인을 대신해 부친과 함께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어 올해는 신준호 회장이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신동환 사장 단독 대표 체제가 구축된 바 있다.

즉, 푸르밀은 오너일가 2세 신동환 사장이 대표에 오른 시점부터 뚜렷한 실적 부진에 빠지더니 그가 단독 대표 체제를 구축한 첫해에 사업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푸르밀의 실적 부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원인이 외부적 요인을 비롯한 특정 사안이 아닌, 지속적인 경쟁력 약화 및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실제 푸르밀이 매출액 3,000억원을 넘어서며 실적 정점을 찍은 2013년,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706억원이었고, 판매비와 관리비는 590억원이었다. 그런데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푸르밀의 매출총이익은 △2018년 565억원 △2019년 490억원 △2020년 428억원 △2021년 399억원으로 매출과 함께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반면, 같은 시기 판매비와 관리비는 △2018년 580억원 △2019년 579억원 △2020년 541억원 △2021년 523억원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푸르밀이 이처럼 뚜렷하게 나타난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신사업 및 신제품 추진, 경영 개선을 통한 수익성 및 효율성 제고 등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적극 주도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수장인 신동환 사장이다.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단백질 식품시장에 진출했고, 인력 감축 및 임금 삭감도 있었다. 아예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동환 사장은 위기 탈출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 의지를 향해서도 물음표가 붙었다. 푸르밀의 사업종료 선언을 놓고 오너일가 책임론이 불거지는 한편, 거센 파문이 예고되는 이유다.

 

근거자료 및 출처

 

- [단독] 범롯데家 푸르밀, 매각무산에 결국 사업 종료…全직원 정리해고 돌입 / 아이뉴스24, 2022년 10월 17일

https://www.inews24.com/view/1529110

- 2007년~2021년 푸르밀 감사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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