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7일, 푸르밀의 신동환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사업종료를 선언했다. 롯데그룹에 뿌리를 둔 45년 역사의 유업계 중견기업의 이 같은 선언은 큰 충격과 함께 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푸르밀은 어떻게 스스로 사업종료를 선언하는 지경까지 몰락하게 됐을까. <시사위크>가 그 발자국을 좇아본다.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전격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신동환 사장이 2018년 열린 푸르밀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전격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신동환 사장이 2018년 열린 푸르밀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급작스런 사업종료 선언으로 거센 파문에 휩싸였던 푸르밀이 결국 이를 철회했다. 사업종료 선언 이후에야 비로소 노조와 마주앉아 대화한 신동환 사장이 사업유지를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최악의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일련의 과정은 큰 상처와 씁쓸함을 남기게 됐다. 더욱 무거운 당면과제를 마주하게 된 신동환 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24일 만의 철회… 진작 함께 방법 찾았다면

지난 10일, 푸르밀은 신동환 사장과 임직원, 노조 등 회사 구성원들의 명의로 대국민을 호소문을 발표하고 사업종료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신동환 사장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업종료를 선언한 바 있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를 철회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배경엔 사업종료 선언 이후 이뤄진 신동환 사장과 노조의 대화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푸르밀 노조는 신동환 사장의 일방적인 사업종료 선언에 거세게 반발하며 그도안 그가 불통으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사업종료 선언으로 거센 파문이 일면서 대화의 장이 마련됐고, 양측은 세 차례에 걸쳐 교섭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30%의 인력 감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4차 교섭 격으로 열린 실무진과의 만남을 통해 사업유지가 최종 결정됐다.

한편으론 오너일가의 지원 결정도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푸르밀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노조의 뼈를 깎는 희생과 도움으로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게 됐고, 여기에 자금지원 용단을 내린 주주들의 지원으로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신준호 회장 60%, 신동환 사장 10% 등 오너일가가 90%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나머지는 우리사주조합 지분과 자기주식이다.

이로써 푸르밀은 최악의 파국은 피하게 됐다. 다만, 일련의 과정에서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로 혼란을 키운 점은 씁쓸함으로 남는다.

푸르밀 측은 이번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사업종료 선언에 이르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불미스런 파문을 일으킨데 대해 국민과 소비자, 푸르밀 직원, 대리점·낙농가·협력사 등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푸르밀은 “경영진은 ‘오너 경영 실패’라는 따끔한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유제품 소비 감소, 원재료비 및 유류대 상승 등 대외적 경영환경 악화가 겹쳐 지난 4년간 누적 적자만 300억원이 넘고, 올해에만 180억원 이상의 적자가 추가로 예상되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여기에 현금 유동성까지 고갈돼 회사가 더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온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급여지급이 가능한 날까지만 사업을 영위하겠다고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푸르밀은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슬림화된 구조 하에 효율성을 갖춰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며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 드린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푸르밀을 바라보며 제품을 사랑해달라고 호소했다.

거센 파문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신동환 사장은 더욱 무거운 당면과제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당장 인력 감축을 비롯한 조직개편과 사업 효율성 제고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추진해야 한다. 각종 대외 악재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신동환 사장이 푸르밀과 함께 명예 및 신뢰를 회복하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