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조금 더 심도 있게 논의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서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를 시켰다”며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서 농사지으신 쌀값이 폭락하거나 이런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경매를 실시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이것을 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맡겨놔야지, (정부가 나서면)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점점 줄여가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가 있다”며 “그런데 매입을 의무화시키게 되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은 결국 폐기해야 한다. 농업재정 낭비가 심각한데, 오히려 그런 돈으로 농촌 개발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은 초과 생산 쌀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통과시켰다. 법안은 쌀 수요량 초과가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평년의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전농)은 △쌀 수입 중단으로 국내 쌀 자급률 100% 달성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민 재난지원급 지급 △농협의 대규모 적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민의 요구인 셈인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여당도 쌀값 안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양곡관리법을 개정할 경우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재정 부담도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농민들이 쌀농사만 짓고 다른 작물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국회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현재 논의 면적이 82만 헥타르(㏊)인데, 실제 벼 재배는 72만 헥타르에서 이뤄지고 있고, 10만 헥타르에서는 다른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이 생산되는) 72만 헥타르가 82만 헥타르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의무 매입 조항을 만들고,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병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략작물직불제와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을 통해 쌀 과잉 생산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곡관리법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