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5일 “농민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비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쌀값을 안정시키고 식량 자급률을 높여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자는 것이 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냐”며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민 소득 안정화는 물론이고 식량안보에도 기여해 농민들과 국익에 모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양곡관리법은 생산조정이 미흡해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이 반복됐고, 재량적인 시장격리로 쌀값 폭락을 야기하는 단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개정되는 양곡 관리법에는 국가가 생산 조정을 통해 구조적 공급과잉을 막고, 과잉생산 시 시장에서 격리하도록 해 쌀값 정상화를 가능하도록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안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당시 논타작물 지원 사업을 3년간 시행한 결과, 적은 재정부담으로 시장격리를 막은 정책효과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는 무책임하다”며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농업직불금을 5조원으로 두 배 확충하고 식량안보 직불금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농민과의 약속을 망각하고 물가안정을 핑계로 농민에게 피해를 강요하며 농업의 미래를 위한 입법에 몽니를 부리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어떠한 입법 대안도 내놓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외쳤다. 대통령 역시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작정 반대하고 나서니 참담하다”며 “쌀값 정상화와 식량안보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농민 홀대, 식량안보를 포기하는 대통령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면 정부의 무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각별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5% 이상 떨어지거나 초과산량이 3%를 넘을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사들여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를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에 60일 이상 계류돼 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직회부 된 법안은 30일이 지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된다. 민주당은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진 당으로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를 단독으로 강행한다면 막을 수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뿐이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합동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지금 생산되는 쌀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신경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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