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검찰의 민주당 압수수색으로 위기에 몰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특별검사’를 꺼내 들었다.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대장동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가려보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단독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벼랑 끝에 몰린 이 대표가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이 대표가 특검을 요구한 가장 큰 배경은 현재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죄를 주기 위해 진실을 조작 왜곡하고 있다”며 “아무리 털어도 먼지조차 안 나오니 있지도 않은 ‘불법대선자금’을 만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1년간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과의 진척이 없었다는 점도 이 대표가 특검 도입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사실상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이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저축은행 수사 무마의혹’,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 자택 구입 의혹 등 연관된 의혹 수사를 위해서도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날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러한 이 대표의 ‘요구’가 정상적 수사를 저해하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특검을 피하다가 정권이 바뀌어서 수사가 제대로 되니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시간 끌기와 물타기 수사 지연”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불태웠다. 이 대표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거부한다고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수당의 수적 우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 '생사존망' 건 승부수?

물론 이러한 특검 도입이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데다가, ‘패스트트랙’을 통하려 해도 소속 위원이 10명 뿐인 상황에선 조건인 ′재적 의원의 5분의 3(11명)′을 채울 수 없다.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결심에 명운을 맡겨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을 넘긴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주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특검 요구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예견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데는 사실상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 주도의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경우 국정감사는 물론 예산 국회 등에서 ‘식물 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대표로서도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해 자신을 중심으로 ‘결집도’를 높여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대표로서는) 이렇게 가버리면 아무리 당을 잘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슈가 다 집중되기 때문에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럴 바엔 중립적인 특별 검사가 수사를 하고, 민생 등 다른 이슈를 통해 정치를 정상화 시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先) 제안의 형태를 취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정치적 부담’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나쁜 측면은 아니다. 특검이 좌초된 이후 장외 투쟁을 비롯해 각종 ‘여론전’을 펼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평론가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 대표 입장에선 그야말로 ‘생사존망’을 건 총체적 정면 대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