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약자 복지는 ‘단일화된 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를 돌보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시정연설의 키워드는 △건전재정 △약자 복지 △미래 준비였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본예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바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첫 정식 예산안으로 시정연설을 한 것은 첫 번째다. 현 정부의 첫 예산안은 ‘정부가 어떤 정책에 돈을 쓰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시정연설을 했다. 대통령 시정연설의 핵심 키워드 세 가지를 꼽자면 △건전재정 △약자 복지 △미래 준비라고 할 수 있다. 

◇ 대통령 연설의 키워드

우선 시정연설에는 ‘재정건전성’이 언급됐다. 이는 ‘긴축재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실제로 2023년 예산은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축소 편성됐다. 재정건전성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한 관리와 국제신인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위해서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버텨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과는 정반대의 기조다. ‘건전재정’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여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 건전재정 기조 하에 안정적 금융시장을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시정연설은 국회법상 대통령이 예산안을 직접 설명해야하는 법적 책무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시장 참가자, 해외 투자자, 국제사회에 이런 의지를 천명하는 건 국제 신인도를 견고하게 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어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재정건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작년에 피치사(社)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새정부의 재정기조 변화를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한다는 건 대외신인도 유지라는 측면과 거시경제의 일관성 확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연설의 3분의 1 가량을 ‘약자 복지’ 예산 설명에 할애했다. 이에 △기초생활보장 지원 △저임금 근로자 등의 사회보험 지원대상 확대 △소규모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장애인·한부모 가족 맞춤형 지원 △쪽방·반지하 거주자 이주 대출 등이 언급됐다. 최 수석은 “글로벌 복합 위기가 장기화되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산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위기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첨단산업 육성’ 의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원자력 △우주 항공 등의 분야를 언급하며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는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성장을 더욱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는 윤석열 정부만의 거대 어젠다가 들어있지 않았다. 연설에는 △건전재정 △약자 복지 △미래 준비 등의 각론은 있지만, 향후 정국을 이끌 어젠다가 안 보였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에서도 저 세 가지를 이번 시정연설의 키워드로 꼽았지만, 정부 예산안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통상적으로 시정연설은 정국 현안이나 예산안 통과를 위한 대국회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또 역대 대통령들은 시정연설에서 향후 정국을 주도할 거대 어젠다, 대국회 메시지, 대국민 메시지 등을 제시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전에 제시했던 키워드만 반복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부족하고 무성의하다”고 비난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야별 증액사업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기후위기, 고물가 등의 위급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기대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며 “(위기를 헤쳐 나갈) 국민적 기대, 목표를 갖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무성의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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